네가 울어서 다행이야

비록 내 마음은 아프지만

by 치유의 하루

"엄마한테 인사하고, 우리 들어가서 바나나 먹을까?"

"엄마 이따 밥 다 먹으면 올......"


선생님 한 마디에 아기 꼬꼬는 뒤돌아보지 않고 들어갔다. 4주 만이다. 드디어 울지 않고, 두 발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 굳건히 닫힌 문 앞에서 슬며시 올라간 입꼬리를 단속해야 하나 멈칫했다. 지금 이 상황을 좋아해야 하는지, 아니 좋아해도 되는지 묻고 싶었다. 감사함과 서운함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 어색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4월이다.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만우절이 생긴 걸까 싶은 우스갯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간 아기 꼬꼬는 인생 첫 감기를 극복하고 어린이집 적응하며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생활방식에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것에만 온 신경을 쏟았다.


3월 어린이집 신입생 적응기간

1주 차 - 10시 등원, 엄마와 함께 하루 30분

2주 차 - 하루 1시간, 엄마 없이 생활하기

3주 차 - 9시 등원 후 오전 간식, 점심 먹고 하원

4주 차 - 낮잠 시도, 아기가 깨면 연락 와서 데리러 감


단체 생활을 하면 감기를 달고 산다고 한다. 아기 꼬꼬도 예외는 아니었다. 3주 차였다. 어김없이 찾아온 고열과 콧물에 숨 쉬지 못하고, 밥맛을 잃었는지 숟가락을 내려놓고, 병원 진료 후 울다 지쳐 잠든 모습에 내 마음이 너덜너덜해졌다. 하루 세 번, 병아리처럼 입을 쩍쩍 벌리며 약을 갈구하는 눈빛에 괴로움이 사르르 녹아내리기도 했다.


4주 차가 되니 어린이집 건물 앞에서 울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본인을 만나면 엄마와 헤어진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불투명한 유리문 너머로 격하게 저항하는 아기 실루엣이 보였다. 몇 분 뒤 온라인 알림장이 올라왔다. 울다가 노란 토를 해서 여벌옷이 필요하다는 전달이었다. 찢어지는 울음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멈춰있곤 했지만, 울어줘서 고마웠다. 의도치 않게 애착형성이 잘 되었음을 확인했으니.


낮잠을 충분히 못 자서 예상보다 일찍 소환되곤 했다. 감기로 컨디션이 저하된 탓도 있었다. 물리적 개인 시간이 확보되었음에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상시 대기 상태는 내 정신을 갉아먹었다. 그때마다 나는 되뇌었다.


엄마와 아기는 평생 함께하는 거야.

지금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니야.

엄마는 우리 아기가 잘 적응할 거라 믿어.

지금도 잘하고 있어.

이따 엄마가 데리러 올게.



나는 믿기로 결심했고 믿었다. 근거 없는 믿음이었다. 친정 엄마는 그냥 아기를 데려와 재우면 어떠냐 말씀하셨지만, 나는 아기와 나를 좀 더 믿고 지켜보는 선택을 했다. 1주, 1개월이 더 걸릴지라도 멈춤 대신 아기 속도에 맞춰가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며칠 뒤, 아기 꼬꼬는 보란 듯이 울지 않고 두 발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바나나 때문은 아닐 것이다.



역시, 대단해 아기 꼬꼬.

최고야 최고.

잘하고 있어. 멋져. 사랑해.

이따 다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