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한 로맨스
"이상하게 꽃게랑이 먹고 싶네요."
"내가 나가서 사 올까요?"
"정말요? 그럼 내가 어플로 근처 편의점에 재고 확인해 볼게요."
아기 취침 준비를 마치고 세 식구가 거실에 모여 앉았다. 가볍게 한마디 꺼냈더니 남편은 사다 주겠다고 했다. 나는 옅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편의점 어플을 켰다. 그런데 근방 편의점 대여섯 곳을 뒤져봐도 꽃게랑은 보이지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을 십 분 거리 마트에 보내자니 미안했다. 아기를 재우고 나와서도 한동안 아쉬움이 남았다. 쉽게 말을 떼지 못하는 나를 보던 남편은 고민을 멈추고 먼저 씻고 나오라 했다.
'그래, 오늘은 저녁밥도 가볍게 먹었으니 끝까지 잘 참아보자. 정 먹고 싶으면 내일 먹으면 되니까.'
몸을 씻으며 마음까지 깨끗이 정리하고 나왔는데, 나를 기다리는 커다란 비닐봉지를 보자마자 느낌이 싸했다. 흰 봉투 너머로 언뜻 보이는 주황색 봉지. 거기에 프링글스와 아이스크림 한 통까지 한가득 담겨 있었다. 무료배송 금액을 맞추려던 흔적이 선명했다. 영수증에 찍힌 숫자를 본 순간,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타박이었다.
“아니, 무슨 과자를 이렇게까지 샀어요? 일반 사이즈가 아니라, 두 배네요? 그것도 두 봉지를 6천 원씩이나 사다니 과해요.”
"꽃게랑만 여보 겁니다."
그는 단단히 일러주고는 씻으러 들어갔다. 그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남편은 과자를 산 게 아니라, 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한마디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은 거였다. 없으면 없는 대로 끝낼 수 있었을 텐데 그는 다른 방법을 찾았고, 조금 과하고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자기 나름의 마음을 보낸 거였다. 나는 그제야 생각했다. 마음은 늘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고.
한참뒤 남편이 욕실에서 나왔다. 바스락거리는 내 입가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었다.
"꽃게가 너무 커서 뒤에 숨겨진 마음을 알아보지 못했어요.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오늘도 육아하느라 고생했으니, 과자 삼아서라도 보상받았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고마워요. 마음 잘 받았어요.”
그날 밤 우리는 빙그레 웃으며 대용량 과자 봉지에 담긴 짭조름한 로맨스를 나눠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