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아니라, 당신이 좋은 겁니다

속 보이는 전략을 모른 척하며

by 치유의 하루

지난 주말이었습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각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남편 보다 먼저 잠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쉬이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사뿐히 즈려 밟힌 듯 곳곳이 뻐근했습니다. 도대체 지난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습니다. 남편의 미소를 보니, 그제야 원인을 알겠습니다. 5개월 간 놓았던 골프채를 다시 손에 쥔 여파라는 것을요.


지난해 6월, 결혼기념일 무렵. 자의 반 타의 반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골프를 좋아했고, 부부가 함께 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암 진단으로 집중 치병을 시작할 때, 남편은 제게 모든 시선과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의 노력과 헌신을 떠올리면 골프쯤이야 백만 번은 시도해 볼 법한 일이었습니다. 대신, 숙원 과제였던 운전은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선언하고 일방적 합의를 봤습니다.


느릿느릿 느림보 남편이 재빨리 움직였습니다. 골프클럽을 주문하고 비닐도 뜯었습니다. 제게 마음 바꿀 틈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의 첫 번째 전략은 성공적이었습니다. 막상 시작하니 생각보다 재밌었습니다. 남편 말처럼 명상 수련과도 같게 느껴졌고, 4개월 간 레슨과 연습을 꽤 성실하게 이어 갔습니다. 그러다 책 출간 작업으로 잠시 멈추고, 잠시는 5개월이 되고, 어느덧 중단한 기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다시 시작하기란 첫 시작만큼 어려웠습니다. 남편과 그의 지인들은 부부동반 골프 여행을 꿈꾸었지만, 제 관심밖이었습니다. 내일, 내일을 외치다 해가 바뀌고 2월을 넘겼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마음을 되새겨봐도 그때뿐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그는 두 번째 전략 전술을 펼쳤습니다. 스크린 골프 게임에 초대한 것입니다.


"게임을 어떻게 해요. 나는 7번이랑 드라이버만 쳐본 게 다인데요? 그것도 5개월 전에?"


"그냥 하면 된대요. 장갑만 들고 나오면 돼요."


그는 내 골프클럽을 어깨에 메고 먼저 나갔습니다. '그냥 하면 된다'도 아니고 '된대요'랍니다. 분명 주변 누군가에게 조언 구함이 틀림없습니다. 골프가 그렇게 좋을까? 에라 모르겠다. 못 이기는 척 장갑을 챙겼습니다. 대문 앞 그가 흘리고 간 달콤한 미소 냄새가 났습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에도, 골프 연습장으로 가는 중에도 미소 지었습니다. 시종일관 미소를 유지했고요. 연속 더블파를 하는 내게 '잘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는 단 한 번도 얼굴 찡그리거나 한숨 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미소를 유지했습니다. 분명 세 번째 전략 같았습니다. 그 미소는 내게 전염되어 재출발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저기요, 제가 웃는 건 골프가 좋아서가 아니거든요. 저는 그냥 당신이 좋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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