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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로 Nov 05. 2023

파혼한 여자의 연애란

점점 선명해지는 기준점

20대 후반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나니

여기저기서 소개팅 제안이 들어왔다.

그중에 동갑이고 꽤나 진중해 보이는 사람을 만났다.

그와의 만남은 처음부터 설렘이 없었으나 참으로 느긋하고 편안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30대가 되어가는 어느 날 우리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그와 나는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는 않겠다 하는 마음으로 결혼 준비를 했다.

결혼식장을 보러 다녔고, 드레스 투어를 했고, 신혼집도 청약을 넣어 운 좋게 공도 뽑았다.


결혼할 쯤되니, 예비 시어머니의 본색이 드러났다.

아주 짧게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사랑과 전쟁에서 나오는 시어머니


'네가 감히 내 아들을 가로채?'


누가 들어도 혀를 내두를만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나는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파혼을 선택했다.


내 인생의 가장 암흑기라고 할 수 있다.

이 당시에는 아빠의 죽음과 직장 내 인사이동과 파혼까지 겹쳐 최악을 달렸다.

난 곧 추락했고, 우울증이 재발하는 참사를 맞이했다.


파혼한 경험은 내 인생에 큰 교훈을 주었다.

그간의 연애경험에서 오는 교훈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한동안은 연애를 쉬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졌다.

덕분에 차근히 나는 어떤 사람과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 봤다.


크게 대분류로 의식주를 생각해 봤고,

성격적인 면에서 나와는 어떤 것이 제일 중요한가를 생각했다.



 

1. 옷이 단정해야한다.

-꼭 비싼 옷이 아니라더라도, 꼭 새 옷이 아니더라라도 그저 단정하면 된다. 목이 다 늘어난 티, 구멍이난 양말, 보풀이 심하게 일어난 니트, 때가 우글우글한 셔츠, 구겨진 재킷 등 적어도 내가 입는 옷이면 나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2. 때와 장소를 가려 옷을 입어야 한다.

-밖에서 데이트하는 날에는 운동복 차림이 아닌 깨끗한 옷을 입고 나왔으면 한다. 주변지인을 소개받는 자리에는 좀 더 신경을 써주면 좋겠다.



1. 담배와 술을 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만성비염이 있다. 특히 담배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콧물이 줄줄 샌다. 게다가 돌아가신 아빠는 골초였다. 술은 사람을 마비시킨다. 술을 마시고 칼부림하는 아빠를 보았기에 술을 즐겨한다면 특히나 사양한다.


2. 먹을 것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육해공을 다 잘 먹는 나는 무엇이든지 함께 맛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개불부터 막창 곱창 닭발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을 대부분을 호에 손을 들고 있다. 인생의 큰 부분이 먹는 것에 있는데, 함께 즐기지 못하면 슬플 것 같다.



1. 청결도가 비슷하거나 나보다 높아야 한다.

-기숙사 생활을 해보니, 여자도 더럽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중에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다.  바닥에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꼴을 보지 못하여 하루 두 번 밀대로 밀어야 하고, 빨래는 흰색 검은색 수건을 나눠서 세탁한다. 이부자리의 먼지와 머리카락은 매일 돌돌이로 제거해 준다. 화장실 청소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한다. 여기서 나의 메이트에게 청소와 빨래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나의 스트레스가 점점 쌓일 뿐.


2. 코를 골거나 몸부림이 심하지 않아야 한다.

-잠귀가 매우 밝은 초초 예민한 청각을 가졌다. 어릴 때부터 소리에 잘 놀래고 예민한 탓에 성인이 되어도 큰 소리에는 힘이 든다. 우울증 덕에 불면증도 심한데, 옆에 전투가 지나간다면 살지 못할 것이다. 몸부림은 내가 심하다. 슈퍼싱글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기를 여러 번. 나의 메이트가 함께 몸부림이 심하다면 우린 서로 다칠 것이다.

 

3. 상대의 취가 내게 괜찮아야 한다.

-각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고유의 살냄새가 있다. 특히나 호르몬이 강한 청소년기에는 더욱 두드러진다. 집안의 환경에 따라서도 특유의 집냄새와 살냄새가 섞여 오묘한 향을 낸다. 한 번은 모든 조건이 괜찮은 남자를 만났으나 스킨쉽이 불가능할 정도의 취를 맡고 나서는 몇번 만남 이후 헤어졌다. 냄새에 참으로 민감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성격

1. 경제적 정서적 독립이 루어져야 한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아직도 부모님에게서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나는 20대 초반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왔고 30대에도 자취를 하고 있어 10여 년 넘게 혼자 살림을 꾸려왔다. 생활공간이 분리된 지는 오래되었고, 용돈을 벌어서 썼기에 경제적인 독립을 한지도 꽤나 시간이 흘렀다. 아무래도 부모의 집에서 살게 되면 부모의 돈으로 산 샴푸 칫솔 쓰고 있는 셈이고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공과금까지 사실상 부모에게 경제적인 의탁이 일정부분 되어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자취 비용의 효율성을 따진다고 해도 혼자 사는 경험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취를 한다고 해서 정서적인 독립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매일같이 부모에게 전화를 해 문제의 해결책을 강구하는 사람들을 여럿 보았다. 사회생활의 작은 부분하나하나까지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어떻게 할지 물어보는 것이다. 직장에서 만났던 그들은 항상 불안해했고, 1시간마다 한 번씩 부모와 카톡을 했다. 나는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2. 웃음코드가 비야 한다.

-개그코드가 척척 잘 맞으면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다. 또 한편으로는 흐트러진 모습을 모여주고, 인간적인 흠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나는 그것이 그 사람의 치부가 아니고,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코드가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방귀를 자주 뀌는 사람에게 화내기보다는 '뭐야 나 불렀어? 나 자주 부르네 허허' 하고 함께 웃어넘긴다. 음식을 먹다가 잘 흘린다. '아이고 다음에 먹으려고 밑장 빼?'하고 같이 주어먹는다. 가끔 나는 뜬금없이 춤을 춘다. 그도 나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겠다.


3. 함께할 줄 아야 한다.

-집안일을 할 때 함께 할 줄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한 사람이 집안일을 할때 혼자 누워서 영상이나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도 다른 집안일을 찾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자신이 먼저가 아니고 우리가 함께일 줄 아는 사람이면 한다. 음식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운전을 할 때도 내 위주가 아니고 상대를 먼저 생각하여 배려해주다 보면 결국 함께하고 싶어 진다.




직장, 연봉, 학벌, 집안 중요하겠지만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나만의 기준점이

훨씬 중요한 사람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 모든 것은

스쳐지나간 인연들이

알려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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