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써머?
미국의 2023년 새해 첫 주를 보내고 있다. 버지니아는 아직 눈 한번 내리지 않았다. 몇 주 전 시카고나 시애틀 지역에선 눈사태까지 났었는데…
그렇지만 동지가 지나고 나면서 벌써 해가 길어지는 게 눈에 보인다. 퇴근 무렵의 석양의 모습은 벌써 길어진 해의 화사한 모습이다.
퇴근하자 막내 외손주 녀석이 다섯 살 생일이라고 딸네 식구들이 왁자지껄 우리 집으로 달려왔다.
함께 생일 축하하고 시끌벅적 저녁을 먹고 나서 시간이 되자 썰물처럼 자기네 집으로 빠져나가 버렸다.
배웅하고 나니 밤바람이 마치 봄바람이다. 인디언 써머의 느낌이다.
마침 한국에서 방문 중인 아내의 사촌인 처제와 그리고 아내, 함께 밤동네 산책에 나섰다.
동네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온갖 성탄절 장식으로 화려하더니 이미 벌써 많이 치워졌다.
단지 내 연못에도 화사한 등이 있었는데 많이 차분해진 모습이다. 그냥 사위가 조용하다.
한 바퀴를 돌아 동네 어귀 갈대밭이 있는 소로로 들어섰다. 가로등 하나 켜진 모습이 꽤나 이국적이다.
뒤쪽으로 보이는 건물들 조차 깔끔하게 다가온다. 구름이 깔린 하늘의 모습이 재미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트리의 불을 비추고 있던 이 나무엔 아직 철거되지 않은 장식들이 가로등 불빛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여전히 모습이 아름답다.
겨울밤인데도 너무 포근해 마치 봄기운이 올라오는 듯한 착각으로 걸었다. 지금 어디선가는 나무의 순들이 머리를 내밀까 말까 헷갈려하고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