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 수아 뒤사팽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 서평
코로나 시대의 속초와 양양은 세계 여러 휴양지를 한데 모아놓은 곳 같았다. 해외는 갈 수 없지만 여름휴가를 맞이한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보러 왔다.
바닷가를 바라보는 곳에는 작은 보라카이나 작은 하와이가 있었고 산 가까이에는 작은 발리가 있었다.
나와 K는 속초에 있는 동아서점에 들렀다. K는 나에게 책을 두 권씩 골라온 다음에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하는 한 권을 서로에게 선물해주자는 제안을 했다. 나는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박수를 쳤다.
동아서점은 3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오래된 서점이다. 속초여행 중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나 칠 수 없는 명소이기도 하다. 동아서점 가까이에 역사는 짧지만 외관이 모던한 문우당서림이라는 서점도 있어서 같이 구경하기 좋았다.
K는 그가 스스로 정한 규칙을 깨고, 그가 고른 책 두 권을 모두 내게 사주었다. 한 권은 글쓰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고, 다른 하나는 의미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제목의 책이었다.
책 '속초에서의 겨울'의 저자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한국계 프랑스인이다. 떠나버린 프랑스 아버지와 속초에 머무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소설의 주인공은 본인을 투영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물론 이 책이 문단에 등단한 그녀의 첫 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이야기를 하겠구나라는 추측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속초의 관광숙박업소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주인공은 노르망디에서 온 만화가를 손님으로 만난다. 만화가는 세계를 여행하며 만화를 그리고 있고 만화가 완성되면 곧 속초를 떠날 것이다.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듯한 여름의 속초와 달리 소설 속의 속초는 매우 정적인 곳이었다.
내용과 분위기는 흡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같다. 눈 덮인 마을 풍경과 곧 떠나갈 남자를 마음에 품는 여자.
그러나 말과는 반대로 행동에서 마음이 드러나는 설국의 주인공들과 달리 이 책의 주인공들은 말로도 행동으로도 마음을 전달하기 어려워한다.
그것은 한국에 살고 있지만 만화가에게서 운명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프랑스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과 같다. 그녀는 서문에서 단 하나의 영토에서 살고자 하는 두 개의 개체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그녀는 전쟁이 종식된 노르망디와 아직도 전쟁이 실제 하는 속초를 비교하고 비유하면서 자신의 자아를 설명하고자 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미성숙한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수는 있으나, 소설 속에서 한국이 성형강국으로 묘사되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뭐 성형강국 맞긴 맞지..
별점 3점
한줄평 : 활기찬 휴양지 속초의 차분하고 쓸쓸한 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