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멜리 노통브 소설 <푸른 수염> 서평
최근 '살인자의 건강법'으로 데뷔한 벨기에 출신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 <푸른 수염>을 읽었다.
이는 동명의 프랑스 동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동명의 동화 내용은 프랑스의 어느 귀족이 한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성안에 있는 방하나에는 절대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귀족이 성을 비운 사이 아내가 그 방에 들어가서 귀족이 죽인 전 부인들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악명 높은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을 푸른 수염이라고 불렀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책의 내용은 파리의 대저택에 사는 에스파냐 귀족 '돈 엘레미리오 니발 이 밀카르'가 방을 저렴한 값에 임대하고 그곳에 '사튀르닌'이 들어와 살면서 시작된다.
집세가 잔인할 정도로 높은 파리에서 놀라울 정도로 낮은 임대료를 보고 저택에 찾아간 사튀르닌은 그곳이 소문난 연쇄살인 용의자의 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길에 내앉아 죽느니 저택에서 그 귀족에게 현혹되지 않고 똑똑하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의 집에 들어가 살기로 한다.
그토록 금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금이 액체화된 게 샴페인이라는 것도 모르세요?
젊음, 맞소. 자신을 파괴되지 않는 존재로 느끼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별것 아닌 일로 자신이 이미 끝장났다는 걸 알게 되지.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그 부조리한 일을 스스로에게 허용할 것인지를 놓고 뒤늦게 자신과 협상을 벌인다.
난 그 사랑들이 날 무사한 상태로 남겨 놓지 않은 것을 기뻐하고 있소. 난 그 후유증을 소중히 여기오. 그것들은 내가 또다시 사랑하는 걸 막지 않을 뿐 아니라, 당신에 대한 내 사랑에 자양을 공급하오.
사튀르닌과 돈 엘레미리오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책의 절반 이상이다. 그 대화를 통해 작가는 사랑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돈 엘레미리오가 열렬히 사랑했고 방 안에서 죽어갔던 8명의 여자들은 사랑 후에 남는 것들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은 왔다가 떠나가지만 그들은 내 안의 암실에 들어앉아 그들의 존재를 확고히 한다.
그것들은 나의 다음 사랑에 영향력을 가한다. 사랑이라는 사건을 겪은 인물은 그 사건 후에 동일인이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두 사랑했던 사람들이 빚어낸,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존재인 것이다.
우리의 사튀르닌은 과연 돈 엘레미리오의 사랑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리고 사랑에 빠진다면 더더욱 암실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별점 4
한줄평: 그 암실에 절대로 들어가지 마시오. 사랑하는 사람의 옛사랑을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치는 법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