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소설 <보건교사 안은영> 서평
나는 원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좋아한다. 물론 시리즈 전체를 다 읽지는 못했지만, 시리즈 번호를 지워가며 읽었던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나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가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었을 때 이유가 모호한 뿌듯함 같은 게 있었다.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제작되는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도 마찬가지이다. 소설을 읽고 독서모임에 참여했던 것이 올해 초였다.
책 끝부분 작가의 말에서 정세랑은 오직 쾌감을 위해서 이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 그것이 이 책이 주제이자 핵심일 것이다. 책 내용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사실 시리즈의 다른 여러 소설 내용에 압도당해서 보건교사 안은영을 집어 들었을 때 나 나름대로 예상했던 분위기가 있었다. 오늘의 젊은 작가 조남주의 소설은 여성의 위치에 대해 질문했고 장강명은 젊은이가 살기 힘든 사회에 대해, 구병모는 낮은 출산율에 대해, 김혜진은 동성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정세랑의 소설이 보건교사의 잘못된 처우에 대한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그것은 아무래도 은연중에 보육교사 처우개선에 대한 뉴스 내용과 헷갈렸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보건교사 안은영은 무척 유쾌한 내용이다. 초반의 내용은 히어로물처럼 세계관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교사 안은영이 악귀와 비슷한 것을 보는데, 그것들은 지독히 두려운 존재라기보다는 파워레인저의 악당 같은 느낌이 훨씬 강하다. 아마도 안은영이 장난감 칼로 그것들을 무찌른다는 묘사 때문일 것이다.
안은영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이 아닌 것들을 볼 수 있기에, 어쩌다 보니 어영부영 그것들을 무찌르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홍인표는 재단의 외아들이자 한문교사다. 어린 시절 오토바이를 타다가 다리를 다쳐서 늘 다리를 절며 걸어 다닌다. 재단을 세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인표에게 영험한 기운을 남기고 떠났는지 어쩐지, 은영은 인표에게서 엄청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그 기운을 받으면 악귀를 무찌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은영은 자주 인표와 손을 맞잡는다.
소설의 10개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식으로 담고 있다. 주인공이 바꾸지 않고 악당이 돌아가면서 주인공을 공격하고 싸운다. 어쩐지 결국 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켓몬스터가 생각나는 것은 나뿐일까?
소설이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된다고 들었을 때, 내용 형식 자체가 드라마화하기 매우 적절해서 흥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내가 상상했던 인표의 이미지보다 훨씬 더 멋진 배우가 주인공이 되어서 좀 갸우뚱했을 뿐이다. (아마 이것은 내가 고등학교 때 한문 선생님을 상상하며 소설을 읽을 탓이다.) 또한 은영에게 보이는 악귀들을 CG효과로 어찌 표현해낼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그래도 나는 넷플릭스에서 <보건교사 안은영>을 재미있게 볼 자신이 없다. 엄청난 흥행을 해서 꼭 봐야하는 드라마가 된데도 이미 내용을 아니까 마음은 쫒기지 않을 것이다. 아마 드라마에서는 소설보다 더 로맨스가 풀풀 풍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