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가 더 사랑한다.

나는 어설픈 초보 작가

by 미쓰한


대학 입학을 하고 신입생 때 썼던 자기소개서를 얼마 전에 봤다. 내 인생 버킷리스트 세 가지가 세계일주와 책 쓰기, 3 개 국어하기 라고 쓰여있었다.


'세계일주'의 꿈은 나이 들고 편한 여행이 좋아지면서 '자주 여행'의 꿈으로 바뀌었고, '3개 국어'의 꿈은 영어로 먹고사는데도 바빠서 묻어두었다.


저는 어떤 내용을 담을지 아직 모르겠지만 꼭 책을 내고 싶습니다.


책? 책은 아무나 쓰나? 정말 어떤 내용을 담을지 몰라서 한 자도 쓰지 않았다.

책을 쓰고 싶다던 그 신입생은 제출기한에 쫓겨 과제를 쓰는 일 말고는 글 쓰는 일과는 동떨어져 살았다.

그래도 버킷리스트에 책을 쓰는 게 있는 정도로 표현 욕구가 있었던 만큼,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나서부터는 진짜 글을 쓰고 싶어 졌다.


태생적으로 남에게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좋아해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희로애락, 그 어떤 경우에도 말하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감정을 주절주절 이야기하는 것이 감정을 정리해주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았다. 글을 쓰는 것은 감정을 정리해주면서 그 안에 무언가를 해소시켜주었다.


나는 한동안 취미로 초상화를 즐겨 그렸던 적이 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을 천천히 구석구석 살펴보는 일이었다. 사진이라 할지라도 한 시간 동안 누군가의 얼굴을 열심히 뜯어보는 일은 초상화를 그릴 때 말고는 흔한 일이 아니었다. 나에게 글을 쓰는 일은 내 마음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과 흡사했다. 글을 쓰는 내내 내 마음 구석구석을 바라보았다. 내 마음을 내가 잘 알아주는 것은 살면서 가장 큰 위안이 되었다.


나는 왜 그렇게 내 이야기를 남들에게 전달하고 싶을까? 나는 그 이유를 발견하기도 전에 은희경의 [빛의 과거]라는 소설을 읽었고 그곳에 내 마음이 적혀있었다.


내가 소설 왜 쓰는 줄 아니? 외로워서 그래. 그래서 나를 주인공으로 해서 편집한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우겨서 내 편을 많이 만들려고 쓰는 거야.


은희경 작가는 ‘진실은 없으며 각자의 기억은 그 사람의 사적인 문학’이라는 표현을 썼다. 나는 나만의 문학을 쓰고 내편을 만들려고 하는구나, 나는 생각했다.


전에도 서평을 쓰거나 블로그에 여행사진을 올리면서 글이라는 것을 썼지만, 글답게 써 내려간지는 몇 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완전히 글쓰기 초보인 것이다. 아마추어이고 초보라서 ‘글쓰기는 재밌어, 대단해, 위대해’라며 매번 놀라고 그 애정을 과시하는 중이다.


아마추어는 어쩌면 프로보다 더 애정을 품고 있는 존재들 인지도 모른다. 영어단어 Amateur는 라틴어 amare/amor라는 단어에 어원이 있다. 아모르. 그것은 사랑을 의미한다. 아마추어같이 왜 이래! 라는 것은 사랑이 넘치는 철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글쓰기로 수억을 버는 전문작가보다 이제 막 시작한 아마추어 작가가 더 설레고 애정을 품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라는 수필집을 보면 전업 소설가로서의 고단함과 긴 호흡을 요하는 장편소설 쓰기의 어려움, 일본 문단에 대한 불만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소설가로서의 감정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전문작가가 되어 그런 고단함까지 느낄 수 있다면 기쁘겠다는 게 현재 마음이지만, 나는 아마추어라서 글쓰기에 대한 애정 말고는 다른 감정이 생길 기회가 별로 없었다.


부디 이 애정이 꾸준하기를 바란다. 계속 사랑이 넘치는 아마추어 작가로 글도 쓰고 책도 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