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분명 인간관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으면,
내 거지같은 상황이 잊혀지고,
상대방의 말들에 의해 그럴듯하게 재평가되는
나의 행동들로 인해
나는 그럴듯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계속 어떤 인간관계든
가깝게 느끼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요즘은 누굴 만나게 되더라도 그럴 일이 없다.
그 어떤 인간관계도 가깝게 느끼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그래서 가까운 인간관계라는 게 그렇게 무서운가보다.
내가 처한 상황을 현실적이게 보지 못하게 만들고,
계속 그 상황 속에서 나만 잘난 존재라 느끼게 하니까.
나는 지금 나와는 먼 거리에 있는
내가 아는 혹은 알던 모든 사람들에게
더이상 바라는 게 없다.
그들이 나에게 뭔가를 바래도 나는 응답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없듯,
그들이 나에게 원하는 걸 해줄 수 없음을 알기에.
선택적인 홀로서기를 통해,
올해의 내가 눈부신 성장을 하게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