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디일보 _ 25.12.05.
제주도에는 훌륭한 자연이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조화롭게 변화하는 모습은 굳이 한 철이 빼어나다고 꼽기 어려울 만큼 한결같이 아름답다. 제주에 처음 입도한 나는 몇 해 동안 동서남북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늘 새로운 제주의 풍광을 발견하고 감탄하곤 했다.
도민이 정성스레 보호하고 감사하게 누려온 ‘제주의 자연’은 제주가 가진 ‘가장 소중한 보물’이고, 이런 보물을 직접 보고, 경험하고, 느끼기 위해 많은 사람이 제주를 찾는다. 하지만 잠시 잠깐 제주를 방문하는 손님들이 이런 제주의 참모습을 온전히 체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제주에 터 잡은 나에게도 유채 피는 계절 오름에 오르고, 뜨거운 해변에서 두 발을 바닷물에 담가도 보고, 밤바다를 수놓은 어선들의 불빛을 감상하고,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밭을 거닐어도 보고, 새하얀 눈밭 위에 붉게 핀 동백을 추모하며 바라볼 기회가 항상 주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때와 장소를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 그런 소중한 순간을 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변화하는 ‘제주의 선물’을 제주를 찾는 손님들의 길지 않은 여정 속에서도 알맞게 경험하고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있다면, 그것은 ‘관광’일 것이다.
하지만 관광은 ‘개발’이라는 이름의 ‘변화’를 피할 수 없고, 이때 우리는 고민하고 갈등한다. 그야말로 ‘개발’이 ‘보호’의 반대말로 정의되는 시대가 있었다. ‘특별한 곳’의 ‘특별한 것’을 소개하고 선보이는 일이 오히려 그 특별한 것을 ‘소비’하고 ‘파괴’하던 시절, ‘개발’은 목적에만 부합하면 무자비한 개발, ‘파괴’를 전제로 하던 시절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부작용을 겪어온 인류는 학계와 민관 모든 영역에서 오랜 시간의 반성과 연구를 거쳐, 자연환경을 경영의 주요 이해당사자로 포함하는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라는 개념을 고안해 냈고, 지금 우리는 환경을 최대한 보존함과 동시에 그 속에 동화되어 직접 경험하고 교감할 수 있게 하는 여러 계획과 방법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자연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대로 두기만 해도 그 모습 그대로 간직될 수 있을 것이냐 하면 그렇지 못하다. 바다는 전 세계와 연결되어 있고, 계절에 따라 전 세계의 다양한 해양 쓰레기들이 제주 해안에 몰려들고 쌓여간다. 사람의 발자국이 없었다는 무인도의 해안가를 찾아보면 사람만 없을 뿐, 인류가 어디선가 배출한 쓰레기들이 모레와 자갈만큼 많이 널려있다.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방치는 더 이상 정답이 될 수 없는 상황. 결국 과감한 시도가 필요한 것 아닐까?
제주를 찾는 사람들과 자연이 서로를 위하며 공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범사례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도전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의 경영조직에서든 ESG는 그 시작부터 환경이 철저히 고려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에는 지금까지 이런 ESG를 기초로 계획, 완성되고 운영되는 관광사례가 거의 없었다. 자연의 보전을 위해 인류가 제주와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연과 인류가 조화롭게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관광의 모습을 제주를 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구체, 그 시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더 많은 사람이 제주의 자연과 그 소중함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주에 터 잡은 우리들과 더불어, 자연을 아끼고 보전하려는 세계 여러 사람들의 마음과 노력이 모아져야 제주는 본래의 그 아름다움을 되찾고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지속 가능 관광을 대표하는 실체가 하루빨리 생겨나 자연과 사람이 서로 기쁘게 화합할 수 있는 구심점이 제주에 마련되길 기원해 본다.
출처 : 삼다일보(http://www.samdailbo.com)
http://www.samda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56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