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AI의 발전을 바라보며

- 두려움과 경이로움 사이, 그 어딘가

by Chemifessor
인공지능의 발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인공지능(AI)에게 단어 몇 개를 던져주면 순식간에 근사한 그림을 그려주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작곡하며, 막막했던 글의 첫 문장을 열어주기도 한다. 그 경이로운 능력 앞에 감탄하면서도, 문득 서늘한 질문이 마음을 스친다. ‘저 낯선 지성이 인간의 자리를 모두 대체하는 날이 오면, 우리는 어디에 서 있어야 할까?’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거대한 파도 앞에서 작은 조각배에 올라탄 기분, 아마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유투브에서 관련 내용을 듣다보면 어떤 사람은 인류의 많은 부분을 AI가 대체한다고 이야기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래도 인간을 능가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어둠이 깔린 바다위에 놓여진 낡은 돛단배처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라는 안개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다.

막연한 두려움

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늘 이런 거대한 파도를 마주해 왔다. 15세기 인쇄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모든 지식이 값싸게 복제되면 필경사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고 사회의 지적 권위가 무너질 것이라 걱정했다. 19세기 증기기관이 공장의 문을 열었을 때, 기계의 힘 앞에서 인간의 노동은 무가치해질 것이라는 공포가 세상을 뒤덮었다. 인터넷이 처음 세상을 연결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가상 공간이 현실을 대체하고 인간관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극복하는 인류

결과는 어땠는가. 인류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을 '도구' 삼아 이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새로운 가치와 문화를 창조해 냈다. 필경사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 작가, 편집자, 출판인,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역할이 피어났다. 기계는 인간의 고된 육체노동을 대신해 주었고, 인간은 그 시간에 더 창의적이고 지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은 때로 우리를 외롭게도 하지만, 시공간을 넘어 수많은 사람을 연결하고 누구나 지식의 접근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두려움의 파도 위에서 서핑하는 법을 배워왔고,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AI를 대비하는 우리의 자세

나는 AI가 우리의 경쟁자나 대체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류가 손에 쥔 가장 강력하고 새로운 '붓'이자 '망원경'이다. 화가는 AI라는 붓으로 지금껏 상상치 못했던 색감과 구도를 표현해 낼 것이고, 과학자는 AI라는 망원경으로 우주와 생명의 가장 깊은 비밀을 들여다볼 것이다. 의사는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AI의 도움으로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교육자는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AI와 함께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낼 것이다. AI는 인간의 '무엇을'과 '어떻게'를 효율적으로 도와주고, 우리는 그 덕분에 '왜'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더 깊이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결국 성공할 것이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는 우리를 집어삼키러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데려다줄 새로운 물결일지 모른다. 두려움에 휩쓸려 표류하기보다는, 그 파도에 올라타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 길을 찾을 것이고, 그 여정 끝에 우리는 한 뼘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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