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았으면

힘든 세상에서도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

by Chemifessor
힘든 세상 살이

학생들과 호흡하며 지내는 삶을 살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야 할까? 그냥 편하게 아무 생각없이 살면 안될까?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쉼 없이 달리고 있는 걸까?'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삶에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그 안에서 어떤 의미도 찾지 못해 공허할 때가 부지기수다. 혹자는 이런 상태를 번아웃이라 진단한다. 인생을 너무 열심히 살아낸 나머지, 자기 자신이 모두 소진되어 더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의 늪. 하지만 나는 '내가 과연 번아웃을 논할 만큼 치열하게 살았던가' 자문하며, 이 감정조차 과분하다는 생각에 씁쓸해지곤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씁쓸한 질문이 나만의 소유가 아님을 알게 되었다. 강의실에 앉아있는 학생들의 눈빛에서, 나는 나와 똑같은 종류의 피로와 공허함을 느낀다. 끝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노력의 의미를 상실한 사회, 수십 개의 자기소개서를 쓰며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오늘날의 분투. 그들의 지친 어깨와 우울한 그림자가 내게 조용히 묻는 듯했다. '교수님,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지

교수라는 위치는 항상 학생들에게 삶의 원동력을 심어주어야 한다. 왜 젊은 청춘들이 열심히 살아야하는지 열심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 가끔 학생들에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다보면 제일 마지막에 하나의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건 미래 세대들이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너희들은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려면 대충 살면 안되고 정말 열심히 살아야한다고 다소 '꼰대'같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 부모님, 그리고 그 윗세대의 삶은 감히 내가 힘듦을 논할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가난과 고난의 집약체였다. 그분들께서 아무리 고되어도 허리띠를 졸라매 자식을 가르치셨던 기저에는 단 하나의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내 자식만큼은 나 같은 세상이 아니라, 조금 더 안전하고 대접받는 세상에서 살게 하리라.' 그 간절함이 모여 우리 경제를 일으켰고, 세상은 과거에 비해 분명히 나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청산되지 않은 그 삶의 무게속에 당신들을 가두어, 자식의 안위를 살피며 하루하루 쉼없이 열심히 살고 계신 분들이 이땅에는 너무도 많다. 그 숭고한 희생이 지금 우리가 딛고 선 이 땅을 만들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를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자

그렇다면 지금의 학생들은, 이 땅의 2030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지방의 작은 대학 강의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조차 상상 이상으로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나는 차마 그들에게 '원래 삶은 그런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건넬 수 없다. 대신, 부모 세대가 우리에게 그러셨듯, 나 역시 다음 세대를 향한 기대를 담아 조용히 응원할 뿐이다. 우리가 지독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이유는, 결국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조금 더 나은 내일을 물려주고 싶은 지극히 이기적이면서도 가장 이타적인 마음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니 부디, 그 치열함의 끝에서 길을 잃지 않기를. 당신의 고독한 하루가 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위대한 연대임을 잊지 않기를. 왜 달려야 하냐는 지친 질문에,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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