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전쟁'을 보고 느낀 소회.
각국 인재들의 선택
최근 KBS의 '인재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했다. 중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이공계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는지를 심도 깊게 다루는 내용이었다. 다큐는 예고편을 통해 다음 편에서는 우리나라의 의대 쏠림 현상을 조명할 것이라 밝혔다. 이 두 가지 현상을 나란히 놓은 기획자의 의도에 깊이 공감한다. 많은 이들이 두 나라의 상황을 단순히 '선택의 차이'로 보지만, 이공계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본질적으로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공계 육성 정책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중국의 모습은 충격적일 만큼 전폭적이다. 엔지니어와 과학자에 대한 높은 사회적 인식, 파격적인 정부 지원, 그리고 엘리트 교육 시스템까지. 중국의 젊은 인재들이 의대보다 공대를 선호하고,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성공하는 모습은 '기술이 곧 국력'이라는 국가적 목표 아래 모든 자원이 한곳으로 집중될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곧 미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엿보였다.
한국의 현실
이에 반해 한국은 성공의 길이 대부분 의과대학으로 향해 있다. 안정적인 수입, 높은 사회적 지위, 그리고 정년 없는 전문직이라는 매력은 다른 어떤 길도 압도해 버린다. 재능 있는 젊은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의대로 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결국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다리가 중국에서는 이공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의대인 셈이다. 서로 엄청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 기저에는 지극히 현실적인 개인의 생존과 성공에 대한 열망이 깔려 있다. 한정된 재원을 가진 사회에서 가장 확실한 보상을 약속하는 곳으로 인재가 몰리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공계 육성을 위한 토대
이공계에 있는 나로서는 그동안 우리가 겪어온 소외와 기초학문에 대한 찬밥 신세를 구태여 늘어놓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유능한 인재에게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그 토대가 단단해져야 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중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씁쓸한 질문을 던진다. 그 동안 쏟아부은 수많은 돈으로 왜 우리의 '용'들은 국내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는가. 어떻게 해야 유능한 인재가 이공계에 유입되게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쏠림 현상은 필연적으로 다른 분야의 소외를 낳는다. 바로 내가 몸담고 있는 기초 학문 분야처럼 말이다.
나의 자세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현상을 비판만 하기보다, 내 위치에서 유능한 인재들에게 길을 열어주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AI활용 능력을 배양시키고 변해가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할 것이다. 다양한 길에서 '용'이 나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춘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인재 전쟁'의 승리가 아닐까. 나는 오늘도 그 시스템의 한 켠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