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일기] 구독자 100명의 의미

"이공계 교수"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브런치

by Chemifessor

"띵동"

첫 글을 쓴 지 6개월 정도 지났다. 드디어 구독자 100명을 달성했다고 알림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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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받는 이 문자는 나의 마음을 두근두근 뛰게 했다.

올해 초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에 도전한 나에게 첫 글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왠지 모르게 글쓰기는 나 같은 이과생에게는 거리가 멀고 문과생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졌다. 내가 감히 어떻게 글을... 학생들에게는 매번 새로운 일에 도전하라고 하면서 정작 나 스스로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다. '언젠가는 글쓰기에 도전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지나왔다.


올해 초에도 그랬다. 할까 말까 수없이 많은 고민이 나의 머릿속에 가득 찬 어느 추운 겨울날. 그날은 무슨 용기가 생겼는지 그냥 한 번 질러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쓰고 브런치에 글을 게시했다. 아마도 아무도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그냥 써본 것이다.

나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렇게 꾸준히 쓰다 보면 언젠가는 나의 노력을 사람들이 알아주겠지라고 생각하면서 한 자 한 자 고심하며 작성했다. 막상 나의 글을 모든 사람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조심스러워진 것도 사실이다. 글을 저장하고 수정하고 다시 저장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여 마침내 발행을 누르려는 순간... 지금도 기억난다. 엄청나게 떨리던 그 손을. 마우스를 잡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발행을 눌러야 하는데... 그 마지막 '딸깍'의 순간이 왜 이렇게 긴장되고 힘든지. 나는 한참을 마우스를 붙잡고 있었다. 대략 1시간쯤. 저장된 글을 수차례 읽고 또 읽고 수정한 후 마침내 발행 버튼을 눌렀다. 그 긴장감. 온몸을 땀으로 뒤덮은 그 시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다. 그렇게 첫 글을 발행했다.


'그래. 나도 이제 작가라는 위치에 도달했구나. 아무도 봐주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그런데 나의 걱정과 우려와는 다르게 나의 글은 많은 분들께서 호응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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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로 다음에 노출이 되어서 BEST 7에도 들어보고 조회수 30,000이라는 대기록도 가져봤다. 아마도 브런치에서 더욱더 글을 열심히 쓰라는 의미로 내 글을 올려주신 듯했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썼고,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는 학기 중을 제외하고는 어떻게든 열심히 글을 쓰려고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메모장을 열어 생각의 조각들을 모으고, 주말이면 카페에 앉아 그 조각들을 하나의 완성된 글로 엮어내는 시간이 소중했다.

글은 나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쉬게 할 수 있는 안식처 같은 느낌이었다. 항상 머릿속에 실처럼 떠다니는 글뭉치를 잘 풀어헤쳐 수를 놓는 작업이 나에게 글쓰기였다. 한참을 글을 쓰면서 나의 머릿속 말들을 쏟아내면 나도 모르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곤 했다. 마치 막혔던 숨통이 뚫리는 듯한 시원함, 복잡했던 마음이 차분히 정리되는 고요함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글을 통해 나 자신과 더 깊이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글감이 되어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고, 내 안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글을 쓰는 행복을 알게 해준 브런치에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나의 글을 반겨주고 좋아해주시는 독자분들께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때로는 댓글 하나, 공감 하나가 힘든 하루를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나의 서툰 글에 소중한 시간을 내어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 구독자 수가 점점 늘어갈 때까지, 아니 그보다도 더 나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될 때까지 열심히 글쓰는 일을 지속해나갈 생각이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글쓴이가 되어, 언젠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라는 또 다른 정체성이 생긴 것 같다. '작가'와 '교수'라는 직업 이 가진 공통점은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베풀 수 있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작가'라는 직업이 좋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이 소중한 여정을 끝까지 걸어가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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