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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스카, K콘텐츠가 격돌한다!

K-Pop Demon Hunters VS The King of Kings

by 권창희


케데헌(K-Pop Demon Hunters), 캐나다 넷플릭스를 뒤흔들다


보통 캐나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개봉 초기에 잠깐 차트에 등장했다가 금방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조차도 지속적인 인기를 끌긴 했지만, 오래도록 1위를 고수하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케데헌은 다르다.
개봉한 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영화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신작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밀리기도 하지만, 다시 1위로 복귀하는 걸 반복하고 있다.
이 정도면 캐나다 현지에서도 n차 관람이 꽤 활발하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우리 딸도 첫 관람 후 바로 두 번째 시청을 했다.


캐나다의 콘텐츠 차트는 그간 K-콘텐츠에 꽤나 보수적이었다.
사실 캐나다에서 K콘텐츠에 대한 반응은 그리 후하지 않다.
그래서 이민자로 살고 있는 나로서는, 혹시 내 알고리즘이 '국뽕'에 물든 건 아닐까 싶어 종종 넷플릭스 순위나 뉴스, 스포티파이 차트를 꼼꼼히 확인하곤 한다.

내가 좋아하는 작품이 실제로도 인기가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좋아서 자꾸 뜨는 건지 궁금한 거다.
나름대로 중립적인 시선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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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음악 차트를 동시에 점령한 케데헌


지금 캐나다 넷플릭스 영화 차트 1위는 여전히 케데헌이다.
장르도 참 신선하다. 애니메이션에 K‑팝, 판타지, 액션, 뮤지컬까지 한데 섞여 있는데, 이 다층적인 조합이 꽤나 잘 어울린다.

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 일일 차트에서는 블랙핑크의 <Jump>와 함께 OST가 1·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영상과 음악 콘텐츠를 동시에 점령한 경우는 흔치 않다.



오스카 주제가상이냐? 장편애니메이션상이냐?

이미 각 매체들은 내년 오스카에서 케데헌의 수상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 부문은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Best Animated Feature Film)과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 (Best Animated Short Film)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음악 부문은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영화에 열려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이 주제가상이나 음악상을 수상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만약 케데헌의 OST가 수상하게 된다면, 오스카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부문은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북미 관객에게 종교 및 가족형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를 받고 있는 The King of King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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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장성호 감독이 연출한 3D 애니메이션 The King of Kings다.

이 작품은 예수의 생애를 다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를 모티브로 한다.
놀랍게도 장 감독은 10년에 걸쳐 이 작품을 만들었고, 연출, 각본, 제작, 편집까지 모두 직접 맡았다.

북미에서는 종교 영화임에도 가족 영화로 받아들여져 흥행에 성공했고, 전 세계 누적 수익은 $68.4M에 달한다.
한국에서는 7월 16일 개봉했다.


이 영화는 이미 캐나다 현지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했다.
사실 나처럼 무신론자인 사람도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관람했다.
종교 영화에 별 관심 없던 우리 가족이, 관람 후에는 신앙이나 가치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됐을 정도로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덧붙이자면, 장성호 감독은 내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스크린에서 그의 이름을 보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었다.
(참고로 내 주변에도 감독이 된 동문이 몇 명 있어서 넷플릭스나 극장에서 이름이 뜨는 걸 볼 때마다 혼자 뿌듯하다.)



이 두 영화의 평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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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훌륭하다.

케데헌은 대중성과 세계관의 매력으로, 킹 오브 킹스는 진중하고 정통적인 서사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실 장르도, 목표도 전혀 다른 작품이라 직접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오스카 시즌을 앞두고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겁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애니메이션 부문에서도 어느 해보다 흥미로운 경쟁이 펼쳐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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