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덜 광고 같은 광고 이야기
나는 미국 광고 대행사에서 6년을 일하고, 한국 대행사에서 1년 남짓 일했다.
두 나라의 면접은 아주 많은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면접을 보는 사람들은 대체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상류층 자제들이 많다. 똑똑하고 열정적이며, 많은 경우 분명한 목표가 있다. 해당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끊임없는 노력을 한다. 나도 그중 한 명이었는데 한 가지 일례를 들고 싶다. 러시아에서 온 Nikita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랑 무척 친했던 친구였는데, 이 친구는 상류층 자제는 아니었지만 엄청나게 열심히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Everyday, I'm hustling.
나: How's it going? (뭐 하냐?)
러시아인: Hustle.(바빠, 일이 많아)
나: Yeah? What are you working on? (그래? 무슨 작업하냐?)
러시아인: I write stuff for hockey magazine, and I need headline homework...(매거진 글 쓰고, 헤드라인 써야 하고...)
나: That sounds fun! (재밌겠네!)
러시아인: No, I haven't slept much... (많이 못 잤어...)
나: That's even great! HUSTLE. (잘됐네! 더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일하고 돈 벌고 나아가는 것을 미국에서는 HUSTLE이라고 한다. 돈을 많이 벌거나, 일을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을 뜻하는데 미국에서는 이 "HUSTLE"이 무척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입사조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조건 중에 하나가 HUSTLE이다. 본좌가 자주 사용했던 인터뷰 팁이 있는데, 그 핵심이 바로 허슬이다.
미국 면접의 키포인트는 얼마나 능동적인가? 얼마나 배고픈가?
인터뷰어: Hey, how are you? (안녕?)
나: Good. I'm working on this and that... (이것저것 작업 중이야)
인터뷰어: what's it?
나: One of my projects is blah blah... (많은 프로젝트 중에 하나는 이것저것...)
인터뷰어: wow, hustling. impressive. (열심히 하네! 보기 좋다!)
나: Still long way to go (갈 길이 멀죠)
인터뷰어: Awesome! I love your work and... (작업 좋네, 그럼...)
나: yeah, I really wanna make awesome work. (좋은 작업하고 싶어요!)
인터뷰어: yeah, we look for somebody who brings passion and awesome ideas
이런 식으로, 면접에서는 그 사람의 분위기와 HUSTLE 그리고 그 HUSTLE의 결과를 위주로 평가한다. 느낌이 잘 맞는가가 가장 중요하고, 많은 경우 인터뷰어도 상당히 열정적인 경우가 많다. 그 사람도 HUSTLE을 매일마다 하기 때문이다. 상당히 진취적이고, 능동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체크하는 게 있다.
인터뷰어: I was impressed with your personal work (개인 작업이 참 좋더라고요.)
나: yeah, I did it from scratch to finish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혼자 했어요.)
인터뷰어: Being proactive and taking action is really important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하죠!)
미국에서는 내가 직접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하고 실행한 것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그런 자세와 결과가 면접에서 성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요인이었다.
미국회사 입사 조건은 HUSTLE = RESULT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엄청나게 열정이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 중이고 그 노력으로 인한 결과가 이렇다.라고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게 가장 중요한 입사 조건이고, HUSTLE=RESULT라는 결과가 나온다.
그에 반해, 한국의 입사조건은 조금 다른 것 같다. 한국에서도 열심히 하고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것 같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태도인 것 같다. 뭐랄까... 머리를 조아리고, 윗사람을 떠받들 수 있는 그런 능력(?)이라고 할까? 나에 대한 노력보다는 인터뷰어에 대한 칭찬과 존경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도 한국에서 오자마자 제일기획, 이노션 등에서 면접을 봤었다. 필자는 당시에 아주 기고만장했고 거만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이노션은 심지어 면접에도 지각했었다. 이노션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미리 알아보지도 않고 버스를 타고 대충 갔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애타게 가고 싶다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제일기획 최종면접에서도 기고만장했었다. 너무 거만하고 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다시 생각해 봐도 그때 나는 미친놈이었다. 제일기획 면접은 다행히 늦지 않았다.
참고로 경력직 1차 면접이었고, 제작팀과 면접을 했었다. 제일기획도 이노션도 비슷한 유형의 질문들이었다. 1차는 합격을 했었다.
한국식 면접의 키포인트는 얼마나 수동적인가? 얼마나 불평하지 않는가?
인터뷰어: 미국에서 재밌고 즐거운 일들을 많이 하셨네요.
나: 네, 운이 좋았습니다.
인터뷰어: 한 가지 걱정이 있는데요. 우리는 일이 많이 힘들고, 클라이언트가 갑이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괜찮으시겠어요?
나: 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어: 그렇군요. 예전보다 나아졌어도, 여전히 야근이 엄청 많고 힘들 텐데... 괜찮으실까요? 많이 빡세요.
나: 네, 괜찮습니다.
인터뷰어: 미국에서는 야근 많아요? 어때요?
나: 미국도 야근 많고, 일이 힘든 편이라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한국에서의 업무 태도는 상당히 수동적 이어라고 할 수 있다. 수동적인 환경에서 정해진 규칙을 잘 처리할 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수직적인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해 보였다.
개인의 취향=창의성
인터뷰어: 무슨 음악 좋아해요?
나: 클래식 좋아하고, 바흐 음악을 좋아합니다.
인터뷰어: 그렇군요. 색에 비유한다면 어떤 색일까요?
나: 노란색이요.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천진난만하고 밝거든요.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노란색이라 생각해요.
인터뷰어: 네, 알겠습니다.
해당 내용이 크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외에도 다양한 추상적인 질문들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지 묻지 않았고, 내가 어떤 작업을 어떻게 했는지 묻고 확인하는 미국식 면접과는 많이 달랐다. 그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문제를 안 일으키고, 정해져 있는 규율 내에서 행동하고 따를 수 있는가? 가 가장 주요해 보였다.
한국의 입사조건은 Think Inside The Box.
박스 안에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저 문구는 "THINK OUTSIDE THE BOX" 박스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결과를 낸다는 뜻이지만. 많은 경우 한국의 대기업 문화는 박스 내에서 행동하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누군가는 부인할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박스 안에서 활동하고,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해 보였고 그게 사실상 맞는 것 같다. 왜냐하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때문인 것 같다.
시스템을 파괴시키길 원하는 미국 vs 시스템 안에서 놀길 원하는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