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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초 Jul 14. 2021

22살, 22명의 하우스메이트들과 살고 있습니다.

연남동 쉐어하우스 막내의 시선(2021 ver.)

[에필로그]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을 한다는 것 외에 커다란 공통점은 없다.

그런 21명의 사람들과 나의 일상을 공유하게 되었다.


가끔은 충돌이 일어나기도 하고, 밤새 깔깔 웃으며 수다를 떨다 플랫 거실에서 그대로 널브러져 자기도 했다. 3층 공유 키친에서 매 끼니를 같이 만들어 먹기도 했다가 줄 서는 연남동 맛집을 잘 봐놓았다가 '주민 찬스'로 웨이팅 없이 외식을 함께 하기도 했다. 나의 일상이지만 동시에 21명의 사람들과 일상을 공유하며 살아가니 새로운 물건을 사 오거나, 뭐 하나를 먹어도 관심을 몽땅 줘버리는 드림 하우스에는 비밀이 없다! 하루하루가 새롭다. 여행 온 기분이 든다. 설레는 에어비앤비에서 머물고 있는 느낌!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내 주변 환경을 바꿔보면서 새로운 경험과 시야를 얻는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드림 하우스에서는 그것과 동시에 나 자신 또한 새로운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 완전히 바뀌기도 했다. 


드림 하우스는 담요 같다. 여름에 시원하게 에어컨 틀어놓고 그 적당한 포근함을 주는. 

하우스에 있는 시간이 행복했다. “재키 밥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려와서 밥 먹어!” 하는 문자에 신나게 3층 공유 키친으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시간, 언니들과 플랫에서 과자 하나 옆구리에 낀 채 딥토크를 하는 시간, 조용한 새벽에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음악을 틀어놓고 막춤을 추면서 걱정과 불안을 웃어넘겼던 시간이 난 그렇게 좋다. 취향을 공유하고 안목을 키워주는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밝히고 나누고, 떠들고... 그런 시간을 함께하면서 닮아가는 공간이 나에게 참 많은 경험, 영감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어서 고맙다. 

 

한국에 살면서 이사를 참 많이 했다. 초등학교 6년을 3개의 다른 학교에서 다녔고 고등학교 3년을 3개의 다른 나라를 옮겨 다녔으니 어떤 그룹에도 오래 속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응답하라 1988'을 보고 쌍문동 골목 친구들처럼 만날 만나면서 내 일상과 고민을 깊숙이 공유할 수 있는 '동네 친구들'에 대한 로망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로망을 이루어준 드림 하우스에서는 처음 느껴보는 것이 무척 많았다. 쉐어하우스 멤버들 (이하 하우어들)과 함께하는 것은 뭐든 신선했다. 지금까지 집에서도 첫째, 학교에서도 임원, 멘토나 리더 역할 주로 맡아온 나로서는 내가 '막내'라는 사실마저 새로웠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언니, 오빠들을 만나게 된 것도 처음이었다. 다양한 직업, 성장 배경, 다른 성격의 21명의 하우어 언니, 오빠들이 매우 궁금했다. 도대체, 연남동 한복판 쉐어하우스에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살까? 그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들의 하루는 어떨까? 그들이 하는 일부터 좋아하는 음악 취향, 자주 가는 카페, 그들에게 영감을 주는 브랜드들까지 궁금한 것 투성이었다. 한 공간 안에 22가지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얽혀있는 건 틀림없이 매력적인 사실이었다. 그래서, 하우어들을 만나면 제일 먼저 "How was your day? (오늘 하루는 어땠어?)" 하고 물어보는게 나의 소확행이었다. 매일 똑같은 답을 주는 하우어들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들의 표정만으로도 그들의 하루가 읽히기도 했다. 내가 "How," 까지만 얘기해도 짜증과 귀여움, 그리고 이제 귀찮음을 살짝 곁들인 "아임 굿, 오케이???"가 돌아온다면 그의 하루는 충분히 힘들었단 뜻이었다 하하. 하도 많이 물어보고 다닌 탓에 내가 그 질문을 하지 않는 날이면 (내가 그들의 하루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물어볼 수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왜 오늘 하루가 어땠냐고 물어봐주지 않냐고 나의 하루는 어땠는지 되물어오기도 했다. 모든 게 처음이라 매번 조심스러웠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이 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곧 기분 좋은 적당한 긴장감으로 변했다. 하우스(Haus)란 무언가 하나로 묶는, '결속'을 의미하는 힘이 있는 단어라는 것을 느낀다.


나의 두 번째 가족, 하우어들과 있으면 난 진짜 내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2020년 10월 22일부터 2021년 4월 22일, 6개월 동안 최대한 담백하게 사는 방법을 배웠다. 불필요한 감정들은 걷어낼 줄도 알고, 외롭다고 칭얼대지 않고, 행복하다고 해서 나태해지지 않는 것.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여러 감정이 요동칠 때는 잠시 마음을 비울 줄도 아는 것. 괜한 걱정이나 고민이 생겼을 때는 옥상으로 올라가 하늘을 쳐다보면서 약한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보는 것. 이별을 겪을 때는 무조건 참는 게 아닌 흠뻑 젖을 정도로 아파하고 곧 떨쳐낼 줄 아는 것. 

22살의 난, 드림 하우스 하우어 22명과 함께 살고 있었다.




(22명 모두 사진에 나오지 못한ㅠ) 드림 하우스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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