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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초 Aug 27. 2021

마음을 공유하는 사이

나보다 날 더 잘 아는 사람들


하우어들과는 이제 작은 순간 하나도 같이 하면 특별해지는 사이가 되었다. 

예를 들면, 혼자 간단한 점심을 먹으러 공유 부엌으로 향했는데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하면서 나의 조촐한 짜파게티 붉닭 볶음면이 삼청동 만두와 비빔 국수까지 더해져 든든한 만찬을 먹게 된 순간, 지하 작업 공간에서 다 같이 일하면서 ㅎ언니의 이국적인 음악 플레이 리스트 공유로 재택 근무 시간이 왠지 모르게 새로워진 순간, 혼자면 나갈 엄두도 못 냈을 밤 러닝을 6명의 하우어들과 함께 해서 어렵지 않게 완주한 순간이 있다. '연남동에서 옆 동네 망원동 한강 공원까지 한 번도 안 쉬고 달리는게 나한테도 가능한 일이었구나! 안해봐서 그렇지 같이 달려보니까 이게 되네!' 했다. 숨이 벅차오르고 목이 뜨거워지는 그 오래 달리기의 느낌을 싫어하기에 러닝을 싫어했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가도 길었던 한강까지의 거리는 함께 달리니 훨씬 짧아졌다.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지니 하우어들의 작은 실수는 대수롭지 않게 되었다. 와인을 같이 마시다가 와인 자국으로 보라색이 된 입술이 되어도 모두가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간다. 



드림하우스에는 날 분석해주고 관찰해주는 사람이 많다.

그것에서 그치는게 아닌, 내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나에 대한 피드백까지 공유해준다. 나의 고민들을 가득 들고 속 얘기를 어렵게 꺼낼때 마다 해결책까지는 아니어도 꼭 현명한 가이드는 존재했다. 하루는, 내가 같은 고민을 한 달 내내 짊어지고는 똑같은 대화를 여러 번 나눈 적이 있다. 질라고 귀찮을만도 한데 웃으면서 찬찬히 들어주고 있는 언니 오빠들을 보고있자니 갑자기 현타가 왔다. '내가 너무 내 얘기만 하나보다. 시간 낭비겠다. 너무 피해만 주고 있잖아...!' 하고. 이렇게 현타가 온 나의 상황까지도 같은 플랫 언니에게 공유를 했다. 그랬더니, 언니는 "피해준다고 생각하지마. 우리도 다 거쳐간 고민들이니까 당연히 각자가 얻은 해결책을 선뜻 공유해주는거지. 너가 고민을 말하면 더 반가운걸? 지금 네가 하는 고민을 다들 거쳐간 사람들이니까 !" 안심이 되면서, 인생 선배들의 현명한 피드백과 경험을 간접적으로나마 들어볼 수 있는 공간에 속해 있는게 너무나 행복하고 감사했다. 막 첫 발을 사회에 내뎌 아장아장 걷고 있는 사회 초년생의 고민을 듣는 인생 선배들로서 너무나 쉽게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이 아니었다. 고민을 진심으로 끝까지 들어주고 존중해주며 내 상황에 맞는 최선의 솔루션을 찾게 도와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하우어 언니 오빠들과 대화를 시작하면 새벽 2-3시를 넘기는 건 기본이었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째로 바꾼 사람들이다. 항상 12시 이후 자게 되면 일종의 '일탈'이라고 생각했던 '바른 생활'의 나에겐 큰 변화였다. 감기는 눈꺼풀을 참아가며 영감이 샘솟는 3층 부엌 테이블을 끝까지 지키기 시작 했다.


또 다른 날, 하우스 왕 언니 ㅂ 언니와 함께 하는 맥주 토크였다.

띠동갑을 넘어서는 인생 대선배와 나누는 언니와의 대화는 영감 그 자체였다.

"민근이 요즘 따라 자기에 대한 고찰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아."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들고 테이블로 걸어오는 나를 보자마자 나의 정곡을 찌른다. 


"에?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당연히 그럴 때지. 너는 보면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지' 하는 계획을 가지고 살아온 것 같은데 '코로나'라는 큰 변화에 생각이 많은 것 같아. 그 와중에 드림하우스에서 수많은 간접 경험들을 하고 있으니 압도됬을거고. 생각이 많겠지~" 


잠깐의 대화로 나를 단 번에 알아채도 되는거야? 언니 앞에서 나의 고민과 이야기가 또 술술 나왔다. 결국, 해답은 '고민과 후회없는 인생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거 할까, 저거 할까 고민할 때 좀 더 많이 실행해보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막! 만나보라는 것이다. 나는 어쩌면 새로운 환경에 놓일 때마다 잘 적응하는 아이보다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아이였을지도 모른다 (이 사실도 ㅂ 언니가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습관 아닌 습관이 생기면서 충분한 필터링을 거친 생각을 말했고 이런 점이 '조용한 리더쉽'을 가진 얘어른'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얘어른' 같다는 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정말 젊고 어릴 때, 칠칠 맞고 아이이고 싶다'고 말했더니, 언니는 "그럼 60대까지 얘어른 하고 늙어서는 얘처럼 살면 되잖아!" 라고 말했다.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였겠지만, 나에게는 꽤 울림이 크게 다가왔다. '그래, 이제부터 내 꿈은 발랄하고 말량광이 같은 백발의 할머니가 되는 거다!' 나의 '얘어른'같은 모습이 싫다고 해서 내가 갑자기 말량광이처럼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못했다. 그런 나까지 간파하고 나의 아이덴티티를 바꾸려고 하지 말라고 오히려 일러주었던 언니다. 많이 들어봤지만 막상 실천하긴 어려운 Just be yourself! 나만의 매력으로 승화시키면 되는 거다. 나의 삶이 충만해지는 대화다.


하우어들 중에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나 영상 컨텐츠, 혹은 소셜 미디어를 보고 서로의 생각과 영감을 나누는 일이 흔한 일이다. 그 시간이 정말 좋다. 

뉴욕, 재즈, 디즈니. 이 세 가지만으로도 나의 'To-watch list' 에 추가 되었던 영화 '쏘울'을 ㅁ 오빠와 ㅇ 언니와 보고 왔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인간들은 죽으면 어디로 가지?',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까? 사후 세계는 어떤 곳 일까?' 같은 영화가 다룬 주제 사후 세계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영감을 얻은 부분을 공유했다. 영화에서 나온 페퍼로니 피자를 시켜 놓고 말이다. 죽음을 생각하고 있자니, 그 반대의 지금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렇게 둘러 앉아 피자를 시켜 먹으며 죽음과 사후 세계에 대해 언제 또 대화를 나눠보겠는가. 이 순간마저 소중하다.


영감이 샘솟는 건 다 같이 모인 3층 부엌 테이블 뿐만이 아니었다.

촬영장에서 퇴근 하자마자 밥도 못 먹은채로 로프트로 내려와 쉐어 하우스 내에서 하는 중국어 수업을 열고 곧 이어 자신의 북 콘서트를 멋지게 마치는 ㅊ 오빠를 보면서 진짜 열정적인게 뭔지 깨달았다. 최근에 책을 낸 ㅊ 오빠는 자신이 영감 받고,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줬던 글귀들을 책으로 출판했다. 나만의 영감 글귀들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영향력이 있는지 느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모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해진다. 오빠의 북 콘서트는 내가 받은 영감, 내 이야기, 나만의 경험을 계속 사람들과 공유해야할 이유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렇게 '슬기로운 드하 생활' 시리즈 글을 쓰는 이유도 내가 드림하우스에 대한 기억과 느낌이 희미해지기 전, 기록하고 공유할 만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였다.)


나의 첫 북 콘서트


같은 날, 북 콘서트를 마치고 올라온 5층 플랫의 내 방에서도 영감은 샘솟는다. 

그 사람이 하는 질문을 들으면 그 사람이 현재 하고 싶은 일들이나 하고 있는 고민을 읽을 수가 있다. 북 콘서트에서 내가 질문하려고 했던 책 출판 과정에 대한 여러 질문을 ㅇ 언니가 먼저 질문했다. 언니도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언니에게 다가가서 출판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나도 5년동안 끄적이고만 있었던 3개국에서의 고등학교 이야기를 책으로 엮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블로그를 5년 넘게 써오고 있는 언니도 출판의 꿈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언니는 출판을 위해 '각잡고 글쓰는 것'을 주저했다. "언니는 언니가 직접 경험한 언니만의 호주에서의 이야기가 있잖아! 우리 일단 써보자!" 하며 영감을 받아 흥분한 직후의 나는 언니를 열심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동네를 공유하는 사이. 하우어와 나는 마음도 공유한다.

하우어들, 특히 오빠들은 (시크하고 털털한 매력을 가진 언니들보다) 매우 섬세한 서윗함을 가졌다. 내 시무룩한 표정을 슥 보고는 무슨 걱정이냐고 말해보라고 한다. 별 말없이 방으로 올라가면 '기분 꿀꿀하면 로프트에 와인 한 잔하러 내려오라'는 카톡이 와있다. 하우어들은 단 한명의 하우어도 슬프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오히려 힘을 내고 싶게 만든다. 슬퍼할 여유가 없다. 내가 툭 내뱉은 말을 정성스럽게 주워담아 고이고이 접어 '짜잔!' 하고 근사하게 답을 준다. 

책을 이미 출판한 경험이 있는 ㅁ 오빠는 책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얘기를 했던 ㅇ언니와 나와의 대화를 기억하고는 한 권을 더 새롭게 출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름하여 '드림하우스 출판 스터디'를 결성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다른 출판 스터디 모임의 구성원 모두가 100% 출판을 달성했다고 하며 출판 과정을 함께 하겠다며 선뜻 나서 주었다. 실제로 몇 달동안 목표를 세워 오빠의 빡센 채찍질(?)로 출판을 위한 전체적인 과정과 원고 작성법을 숙지하고 열심히 달려올 수 있었다. 꼭 출판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당시, 그 말은 무척이나 든든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일에 적극적인 건 쉽지 않은 것인데 말이다. 


하루는 여느때와 같이 언니 오빠들과 저녁을 함께 먹고, 입이 심심해서 별 생각없이 "아이스크림 먹고 싶ㄷr" 했다. 옆에 있던 언니들도 "나도!" 하면서 모두가 옆에 있던 ㅁ 오빠를 스윽 쳐다봐줬는데 "니네가 사먹어!"하고 돌아왔다. 그렇게 귀찮아 하더니 금방 코트를 걸치더니 몇 분후 3층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우리에게 아이스크림 봉지를 툭 던져 주는 ㅁ 오빠다. 이런 츤츤거리는 서윗함.... 추운 겨울 날씨여서 나가기 싫었는데 갑자기 손에 쥐게 된 그 쌍쌍바는 어느 때보다 달콤했다. 냠냠굿. 


코로나 때문인지,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같으면 시카고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어야 할 나는 한국으로 급히 들어왔다. 6개월이라는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시간을 드림하우스에서 보냈다. 우연히 만난 22명의 하우어들은 이제 나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 '드'며들어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주변에선 "네가?" 라는 말보다 "너니까 할 수 있어!"라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응원이 먼저 찾아오는 드림하우스 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 20대 초반에 드림 하우스라는 공간을 선물 받은 것이 참 감사하다.




우리는 인생네컷 포토부스에 다 들어갈 수 없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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