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24 -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녀와 이혼 후 17일 간 한집에 살았다.
이혼을 결심하고
이사를 하기 전까지 한집에 같이 있던 이유는
그녀를 위해서였다.
내가 마음을 정리하고
그녀에게 이혼얘기를 했을 때
그녀는 다시 한번 노력하고
나와 잘해보기를 다짐했던 순간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이별은 힘든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이별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내가 아는 그녀는 내가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을 통보하듯 말하고
그냥 나와 버렸으면
더 큰 상심이 있었을 거다.
나도 그녀도
우리가 이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게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
이사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도
그녀는 나를 위해 노력했다.
아침을 챙겨 먹으라고 했고
가져갈 수 있는 거 다 가져가라며
뭐든 챙겨주려 했다.
고마웠다
그녀의 마음이 고마웠고
끝까지 노력해 주는 것도 고마웠다.
이사를 오기 며칠 전부터는
잠이 잘 오지도 않았다.
나도 낯선 곳에서
시작해야 하니 마음이 싱숭생숭했고.
매일 알 수 없는 눈물이 나왔다.
그녀가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며
기도가 나왔다.
"하나님 그녀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저와 의 아픔은 하루빨리 잊고
센터도 운영이 잘되어 돈 걱정도 안 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게 해 주세요"
이사 하루 전날은 잠이 오지 않았다.
혼자 이사준비를 하며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
9월 9일 화요일 아침
난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난 그녀와 마지막 인사를 하려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방을 내가 빼꼼 봤다.
그녀는 화장을 하며 울고 있었다.
"인사하려고 나 기다리는 거야?"
그녀가 울면서 방에서 나온다
한쪽눈썹은 다 그리지도 못한 채
버선발로 뛰쳐나온 거 마냥
나랑 인사하려고 나온다.
나도 모르게 울컥 눈 물이 쏟아졌다.
"오빤 왜 울어"
"새롭게 시작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
"뭐가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이제 진짜 나 없는 곳에서
내 생각도 하지 말고 너만 위해서
너를 위해서 새롭게 시작해"
"잘 가 오빠"
나는 주차장으로 왔다.
마음이 너무나 아팠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번 더 보고 싶었다.
"나 화장실 좀 쓰고 갈게"
그녀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오빠 나 화장 거의 다 했는데
조금만 기다려 줄 수 있어?
같이 나가고 싶어서"
"알겠어 천천히 해"
우리는 주차장에서 마지막인사를 했다.
"오빠 아프지 마 밥도 거르지 말고
오빠 혼자 살 때 어떻게 살았는지 아니까
난 오빠 밥걱정이 너무 많이 돼"
"알겠어 행복하게 잘 살아
나... 나 진짜 노력한 거 알지?..."
"응 알아 고마웠어 오빠
오빠 먼저 가"
활짝 열린 운전석 창문으로
그녀가 5만 원짜리 지폐를 건넨다.
"오빠 이거 오빠 불쌍해서 주는 거 아냐
오늘 이사하고 꼭 맛있는 거 사 먹어
받았으면 좋겠어"
"고마워 맛있는 거 사 먹을 게"
나는 룸미러로 그녀를 봤다
그녀도 나를 계속 보고 있었다.
점점 작아지는 그녀는 계속 울고 있었다.
나도 점점 작아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를 봤다.
우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출발 한지 얼마 안 돼서 그녀에게
메시지가 왔다.
"조심히가 오빠, 잘 살고
밥 거르지 말고 꼭 건강해
오빠를 위해 기도 할게"
나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울었다.
이사하는 집으로 가는 내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이사하는 집으로 도착했다.
이삿짐을 정리하는 것만
이틀이 걸렸다.
나는 인천에서 60km나 떨어진
서울 강동구로 이사를 왔다.
사람들은 왜 거기까지 가냐고 한다.
사실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냥 인천에서 가장 먼 서울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이 안 되고
아물지 않은 마음에
잠도 오지 않았다.
힘들게 잠들고 나서는
힘든 게 무색할 정도로 눈이 빨리 떠졌다.
낯선 집 공기는
공허함만 가득했다.
일어난 김에 밖에 나가 걸었다.
빨리 지금의 아픔이 가시길 기도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이곳에 이사 온 지 2주 차 가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9월 23일 화요일이다.
오늘까지 이별 시리즈를 쓰며
정말 많이 울었다.
이별 시리즈 글을 쓰는 날이면
눈물을 흘리며 글을 썼다.
나의 상황을 알고 있고
이 글을 읽는 지인분들은
나에게 마음이 힘들 텐데
이렇게 글 쓰는 게 대단하다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내가 이렇게 이별을 하는 동안
실시간 처럼 글을 쓴 이유는
글을 쓰며 마음이 정리가 됐고
생각이 정리가 됐다.
이혼을 한 지금은
이제 나를 위해 그녀를 깨끗이
잊기 위함이다.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그녀에게
감사하다
그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녀와의 기억은 아픔도 있었지만
동시에 나를 성장시킨 선물이었다.
이별 시리즈를 마친다.
나는 이제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이별을 기록하는 동안
나는 조금 더 단단해졌고,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간다.
나를 위한 행복이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