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노력도 나에게 닿을 수 있었어

이별 #23 - 끝까지 노력해 줘서 고마워

by 이청목

이혼 얘기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을 갔다.


처음 간 가정법원, 많이 어색했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

신경이 쓰였다.


협의 이혼 신청을 하고

날짜를 받고 나오는 시간까지

5분도 채 걸리 지 않았다.


'하.. 금방이네 신청만 한 거라 그런가'


주차해 놓은 곳까지 5분 정도 걸어야 하는데

한여름의 태양이 뜨거워

카페로 잠시 피신을 했다.


그녀가 먹고 싶어 하던 팥빙수를 사고

나는 수박주스를 샀다.


"수박주스가 별로 맛이 없다.

팥빙수는 맛있어?"


"이건 괜찮은데 수박주스는

별로야?"


"너무 인위적인 맛이야"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인 대화였다.


그녀와 나는

서로 노력 중이었다.


나는 웃음이 나지 않았지만.

그녀는 나에게 웃음을 보여준다.


그녀는 지금 그녀의 모든 것을 나에게 맞춰

노력을 하고 있다.


항생제를 계속 먹어야 하는 나에게

아침, 점심, 저녁을 거르지 않게

아침은 삶은 달걀을 챙겨주고

점심과 저녁은 밀키트를 준비했다.


퇴근을 하면 밥을 먹었냐는 질문과

오늘 있었던 일들을 나에게 얘기해 주었다.


나는 이런 모습을 보는 것조차

마음이 아프다.


그녀는 노력을 할 수 있었다.


그 노력이 왜 이제야

나에게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노력도 나에게 닿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달이 조금 넘어

법원 출석일이 되었다.


나는 도착까지 1시간 예상하고 출발했는데

차가 생각보다 많이 막혔다.


나는 짜증이 났다.

한숨이 푹푹 나왔다.


인상을 쓰고 있는 나에게 그녀가 말했다.


"오빠 위험하니까 급하게 가지 마

내가 전화해서 조금 늦는데

그래도 되냐고 물어볼게"


그녀는 나의 짜증을 다 받아 주었다.


사실 많이 미안하다.


우리가 이혼하러 가는 날

그녀는 나를 짜증 나게 하지 않으려

법원에 전화를 했고

조금 늦어도 된다고 얘기했다.


이혼하기 싫어하는 그녀에게는

나의 모습이 빨리 이혼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녀에겐

마음에 상처가 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중간중간 그녀는 생각을 다시 돌릴 수 없냐고

몇 번 물었었다.


하지만 결단한 나의 모습에

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헤어지는 동안 잘해달라고 했던

나의 말에 최선을 다해

나에게 잘해 주었다.




법원에는 10분 정도 늦었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렸다.


번호가 불려 들어갔다 나오는 사람의 표정은

무표정이었고 각자가 따로 떨어져 걸었다.


'아.. 나오는 순간 정말 남남이 되는구나'


나도 마음 한편이 시큰했다.


옆을 보니 그녀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곳에서 울고 있던 단 한 명의 사람이었다.


우리 차례가 되었다.


"협의 이혼 맞으시죠?"


"네" "네"


"네 서류받고 구청에 제출하셔야 합니다.

제출 안 하시면 무효되시는 거예요"


들어간 지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어느새 보니 나도 혼자 앞으로 걷고 있었다.

그녀는 울며 나와서 잠시 걸음을 늦췄다.


"바로 구청으로 가자"


"냉정하구먼...

센터에서 조금 먼 대로 가자"


구청에 도착해서 서류 작성을 하고

번호표를 뽑았다.


우리 순서가 되었다.


"두 분 다 신분증 주세요.

네 끝났습니다 2주 후에 서류 떼어 보세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25년 8월 22일 금요일

우리의 3년의 결혼생활은

법원에서 30초 구청에서 1분으로

끝이 났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끝까지 눈물을 참았다.


"점심 먹으러 가자"


"오빠 오늘 맛있는 거 먹자 뭐 먹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우리는 자주 가던 짜장면 집으로 갔다.


평소에 비싸서 시키지도 못했던

칠리새우를 시키고 유니짜장을 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잘 먹지 못했다.


그녀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아파 입맛조차 없는듯했다.


그날의 점심은,

아마도 나를 위해 억지로 삼킨

한 끼였을 것이다.


그녀는 먹는 것도 힘들어 보였다.


나는 억지로 끝까지 다 먹었다.

그녀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였다.


억지로 우걱우걱

칠리새우와 짜장면을 먹으며

나의 눈물을 틀어 막았다.




그녀를 센터에 내려주고

나는 집으로 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폭풍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녀에게 미안하고 그녀가 안타까웠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사귀자고 했고

내가 먼저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했고

내가 먼저 그녀에게 이혼하자고 했다.


내가 먼저 그녀를 포기했다.


그녀를 위해 했던 나의 다짐도, 결심도...

결국 내가 먼저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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