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모 Feb 12. 2019

1. 상견례는 처음이라

D-240, 결혼은 처음이라

 결혼 준비의 첫 관문은 상견례다. 물론 상견례 전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결혼 여부와 시기에 대한 본인들의 합의(?)가 끝나고, 각자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는 등 나열하자면 백만가지가 넘는 다양한 일이 있겠지만 결혼의 공식적인 첫 번째 이벤트가 상견례라는 것은 대부분의 유경험자들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소소한 선물을 고르고(왠지 모르게 평소에 가지 않던 백화점 식품코너를 기웃거린건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어색함과 반가움 속에 인사를 나눈것 까진 좋았는데 상견례라는 자리는 여간 낯설고 어려운게 아니었다. 

 

"가족 여러분, 저희 상견례를 하려고 하는데 다들 0월 0일 시간 괜찮으세요오?" 


 내 경우는 몹시 뻘쭘한 카카오톡 메세지로 시작됐다. 부모님과 오빠가 모두 떨어져 살다보니 다같이 모이기 가 쉽지 않아 (정말 원하지 않았지만) 가족 단체 카톡방에 모두의 시간이 괜찮은지 문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제 상견례를 오시겠어요~? 라니 보는 사람도 왠지 쑥쓰럽고 보내는 나는 어쩐지 너무나 민망한 그런 메세지.. 양가 일동 모두의 시간을 맞추려니 날짜 잡는 것도 쉽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 보다는 늦어졌지만 그래도 가까스르 일정이 잡혔다. 양가 부모님의 배려로 장소는 나와 남자친구가 비교적 편한 곳으로 결정되었다. 


 상견례 날짜가 잡히자마자 주변의 유부녀들에게서 팁이 쏟아졌다. 식사는 꼭 한정식집에서 할 것, 어색하게 대화가 끊어질 때 쯤 새로운 메뉴가 분위기 전환이 된다고 한다. 결혼식에 대한 논의는 절대 상견례 자리에서 하지 말 것. 상견례는 그저 하하 호호 웃으며 맛있는 걸 먹으면서 상대방 가족 칭찬을 하는 모임이라나. 어설프게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결혼에 대한 의견을 나누다 서로 다른 주장을 하게 되면 불편해질 수 있으니 절대 안건을 상정하지 말라고 주변 모두가 입을 모아 신신당부했다. 


 역시나 경험자들의 조언은 모두 옳다. 서로 실수를 할까봐 평소보다 유독 말씀이 없으셨던 양가 어르신들은 그나마 새 요리가 나올 때 웃으며 한마디라도 더 하였고, 서로 따님을 예쁘게 키우셨네요~ 아드님이 참 성실하네요~ 하는 드라마에서 본 듯한 대사를 읊어주셨다. 

그러던 와중 너무 조용한 분위기가 불편해서 한복을 맞춰 입으실지, 아니면 빌려 입으실 지를 여쭤봤다. 대수롭지 않은 문제고, 썰렁한 분위기 보다는 좋을 것 같아 가볍게 물어본 것이었는데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우리 엄마는 빌려입자파였고 어머님께서는 맞춰입고 싶어하셨다. 그 순간의 어색해진 분위기와 서로 눈치보던 그 표정을 잊을수가 없다. 그 뒤로 유독 더 조용해진 덕분에 딸깍딸깍 시계 침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선명하게 들렸다. 


 단 1시간 20분, 점심 코스 요리를 먹고 차와 양갱까지 마무리하는데 걸린 시간이었다. 아무도 일어나자는 말을 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말을 꺼냈다. 자 그럼 저희 이제 일어날까요..? 자리에 앉아서 음식 먹고 얘기 나눈 것 뿐인데 겪어보지 못한 피로가 몰려왔다. 남자친구와 둘이 남자마자 우리는 가까운 카페로 들어가 우유와 시럽이 잔뜩 들어간 커피와 진한 초코케익을 시켰다. 급하게 당충전을 하고서 카페에 늘어지고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그리고 외쳤다. "이래서 결혼은 한번만 하는거구나....." 


 상견례, 짧고도 강렬한 만남이었다. 이제껏 회사에서 했던 그 어떤 미팅보다도 인상깊었다. 




Tip 1) 상견례 자리 배치에 왕도는 없지만 고민이 된다면 아래 그림을 참고하자. 먼저 온 가족이 문을 바라보고 앉아서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맞이하는 모양이 되어 좋다고 한다:) 

 

Tip 2) 상견례 식사 비용은 예전에는 대부분 신랑이 계산했다고 한다. (혹은 신랑의 손윗 형제자매 등) 요즘은 신랑 신부가 5:5로 계산하는 경우도 많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