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정리]마지막일지 모르는 20년만의 뮤지컬 공연

남편이 도움이 될때가 있다니!

by 엘사 B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무대 위에서 있는 힘껏 불태웠다. 대학교 연극 동아리 이후 20년만의 무대다.

경쾌한 뮤지컬이었다.
잘난 구석 하나 없는 백인 남자주인공이 자기가 좋아하는 흑인 여가수의 노래를 세상에 알리며 인정받는 이야기. 둘은 결국 이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그 남자의 엄마 역할이었다.

모지리 같은 아들 덕에 매일이 소란스러운 엄마.
그래도 끝까지 믿고, 힘들 땐 다독이고, 잘될 땐 누구보다 크게 박수치는, 그런 캐릭터였다.

(남편은 일찍 죽고 없는....)


1막엔 속상한 엄마,
2막엔 자랑스러운 엄마.
희노애락이 다 있었다.

나는 아들은 없지만 아들 같은 남편이 있어서 신기하게도 생활밀착형 연기를 아주 실감나게 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10년간의 결혼 생활이 무대 위에서 예술로 승화됐다.

여전히 노래는 좀 못하지만, 사람들과 조명 앞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건 정말 재밌는 일이다.


일하고, 육아하고, 공연까지 해야 했지만,
나는 끝까지 무사히 해냈다.

그리고 연기로 다 쏟아내는 동안 나는 내 열정을 다시 마주했다.

그래, 뭐든 할 수 있다.

2시간 안에 한 사람의 인생을 다 담을 수 있다면,
20년의 희노애락도 하루하루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매일이 슬프고 화나는 일만 있지는 않겠지. 언젠간 또는 틈틈히 웃는 일 행복한 일도 있겠지.


그 생각에,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졌다.

매일의 무대는 잘 끝내고 있고,

스스로를 위해 커튼콜을 한다.

누가 박수쳐주지 않아도
나는 내 오늘에 기립박수를 보낸다.


조명은 꺼졌지만 나는 여전히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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