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료 안넣었는데요!
한식 세계화를 더 많은 사람의 일상 속에 녹여내고 싶다는 마음으로 국내 최대 식품회사에 입사했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간편식 개발자라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냉동 볶음밥, 육류 토핑, 튀김류…
마트, 편의점, 외식 브랜드, 단체급식용까지 정말 다양한 제품을 기획하고 출시하며 시장을 경험했어요.
원료 선정, 배합비 설계, 샘플 개발, 생산 공정 검토, 소비자 조사, 양산화, 그리고 제품 출시까지...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든 제품이 진열대에 오르고, 누군가의 장바구니에 담기는 순간. 그걸 바라보는 건 마치 작은 생명을 하나 키워낸 것처럼 뿌듯한 일이었어요. 매일같이 반복되던 이 작업 속에서, 저는 점점 더 깊이 깨닫게 되었어요. 한 팩의 간편식에는 수많은 사람의 손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
그 사이 저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워킹맘이 되었습니다. 한식 세계화의 꿈은 잠시 뒤로 밀려났고, 당장 눈앞의 하루를 살아내는 일상이 더 중요해졌죠. 여느 회사원처럼, 저도 손에 쥐어진 과제를 수행하며 제품을 만들고 있었어요.그렇게 회사에서 제품을 개발하면서도, 저는 늘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 아이한테 먹여도 괜찮을까? 이 원재료, 정말 믿을 수 있을까? 조리법은 안전할까?
그 질문들 덕분에, 저는 연구원이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간편식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떤 날, 한 소비자 인터뷰 영상에서 제 마음을 콕 찌르는 문장을 듣게 되었습니다.
“냉동식품은 유통기한이 왜이렇게 길까요? 너무 길어서, 아이에게 사주기가 좀 미안해요.”
그 순간, 저는 속으로 외쳤습니다.
‘보존료 안 넣었는데요!’
냉동은 ‘온도로 보존하는 기술’이지, 방부제를 넣는 것이 아니란 걸 저는 알고 있었지만, 소비자는 모르고 있었던 거에요. 그 상태로 불안과 죄책감을 안고 간편식을 이용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어요. 막연하게 알고 있는 간편식에 대해서 좀 더 알려주고,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 했어요.
그 소비자의 한 마디는 제가 세상에 책을 내고 글을 쓰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금깢지 제품 개발에 대한 철학과 기준을 좀 더 탄탄히 만들어 가게 되었어요. 저는 세 가지 기준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간편식을 개발합니다.
1. 품질과 위생 관리가 최우선
간편식은 결국 누군가의 ‘한 끼’가 됩니다. 그리고 그 한 끼에는 안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서울에서 받는 밀키트와 부산에서 받는 밀키트는 품질이 동일하고, 소비자에게까지 가능동안 안전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신뢰할 수 있는 이러한 고민을 같이 하고 방법을 찾을 의지가 있는 공장과 협업하려고 합니다. 가공 공정, 위생, 품질관리 기준, 이물에 대한 원인과 대책 등을 직접 확인하고, “혹시라도” 생길 수 있는 상황을 “절대로” 생기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물론 쉽지 않죠. 하지만 그 마인드 셋은 개발자인 제가 가장 먼저 가져야 할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2. 첨가물은 이유가 납득될 때만 사용
저는 첨가물을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이걸 왜 넣는가? 정말 필요한가?” 예를 들어, 제품의 안정성을 지켜야 할 때는 정해진 기준 안에서 도움을 주는 첨가물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원가 절감을 이유로 재료의 성분이나 식감을 바꾸기 위한 첨가물은 쓰지 않으려 합니다.
목표하는 가격대에 사용할 수 있는 최선의 원료로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3. 누가 먹어도 맛있는, 건강한 맛을 추구
저는 원래 짠 음식을 즐기지 않아요. 그래서 제품을 설계할 때 제 입맛 기준으로 하면 조금 심심하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적당히’ 넣는 맛이 가장 맛있고 건강하다고 믿어요. 한입 먹었을 때 쫙 당기는 감칠맛보다는, 끝까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은은한 맛, 그게 진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간은 삼삼할 수 있지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시식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밸런스를 조율합니다.
간편식은 결국, 사람이 먹는 음식이니까요. 그리고 저는 오늘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