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것도 자랑이라고 해도 되나요?
자, 당신에게 다신 돌아오지 않을 24시간이 있어요.
이걸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 줄테니 있는 힘껏 써 보세요.
자 그럼
시 - 작 !
후 30년인 2025. 뭘 하면서 살고 있냐고? 우선 나는 고양이를 한마리 키우고 있고 서울 이태원에서 자취를 하며 부모님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30살 대한민국 여성이다. 직업은 프리랜서, 옷을 좋아한다 해서 한 분야에서 인정받고자 스무살 때부터 한 길만 선택했다. 덕분에 패션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와 스타일리스트 라는 직업을 얻게 되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로 내 돈을 버는 사람이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인데 왜 나 혼자 이걸 제대로 잘 사용하지 못해서 안달인가? 그러게나 말이야.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순간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지. 어떤 사람은 가족과 티비를 보고 있을테고. 어떤 사람은 일을 하고 있을테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일구는데 힘쓰고 있을거야.
' 올해부터 쉬어요. 저 잠시 그만둡니다! '
선언처럼 나는 이번년도 4월부터 일을 모두 그만 두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엔터계를 쉬겠노라 선언한 후 단 한 건의 소속 일도 하지 않았다. 물론 일은 엔터 제외해서 받으며 월세를 낼 수 있을 정도로만 유지해두었다. 마음속의 평화가 찾아왔다. 가장 먼저 한 것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었다. 아무일도 하지 않고 수다를 떠는 것. 내가 그동안 제일 못했던 것. 그리고 나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정리 와 정돈.
이 두 단어는 엔터업계에서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이상 불가능한 것이었다. 일과가 끝나면 새벽 한두시, 쓰러져서 바로 잠에 청해 일어나봤자 잘수 있는 시간은 겨우 고작 3시간. 나에게 청소를 한다거나 정리를 한다거나 하는 시간은 사치에 불과했다. 옷은 내가 어제 입던 옷을 그대로만 안 입을 수 있다면 망정이지. 덩달아 크리에이터 일을 동시에 하니 집은 잠시 머물다 가는 창고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안입는 옷부터 정리를 했다. 언젠가 입게 되겠지 했던 옷들. 그리고선 기부업체를 알아본 뒤 가득 기부를 하였다. 아무 그 기부업체에선 놀랐을거다.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정도의 양이 집에서 나오지?' 하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플리마켓도 했다. 내 옷이 누군가에게 2차 활용되어 널리널리 쓰임을 받을수 있다니 보람찬 일이었다.
이때 두손 두발 다 벗고 나서서 제 일처럼 도와준 친구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그가 아니었으면 나는 의지박약에 불과한 한마리의 짐승과도 같은 존재였을 거다. 그 뒤로 나는 정리를 자연스레 하는 최소한의 인간성을 갖춘 사람이 되었다. 정리는 꽤나 삶의 많은 행복감을 차지한다. 나는 이제 꽤나 정리정돈을 잘한다. 무엇보다 안쓰는 물건을 잘 버리는 사람이 되었다. 이런 귀엽고 작은 자랑거리가 생긴 사람이 되었다.
하나 더 자랑거리를 이야기하자면, 그동안 시간 낭비라고 느껴졌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다는 거다.
일본에서 시작된 오타쿠 코어는 패션에 깊게 자리를 잡으면서 더는 무시할 수 없는 장르가 되었다. 이제까진 애써 못본 척 해보았지만 어느덧 한계다. 그들이 향유하는 문화는 내가 자주 몸을 담는 케이팝 컬쳐에도 흡수되어 있다. 에스파 세계관 같은걸로 생각하면 된다. 세계관은 굳건한 팬덤을 생성해낸다. 이러한 배경이 궁금하여 시작하게 된 애니들. 이해하기 가장 쉬운 학원물과 로맨스물로 시작해서 어느덧 시즌이 8-9개나 있는 작품도 정주행 중이다. 물론 2d에 익숙하지 않은 나에겐 여전히 어려운, 빙산의 일각 같은 일이지만.
가끔 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저 애니 봐요 요즘' 이라는 말 한마디를 던진다. 그 순간 말 못할 수십개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걸 알게된 이후 더욱 내 시간 투자가 자랑스러워진다. 얼마 전 컨텐츠 촬영 중 사람들에게 저 말을 했더니, 순간 촬영장의 분위기가 보들보들해지면서 애니 제목으로 시작해 최애 캐릭터 이야기로 마무리한게 아닌가! 이처럼 마법 같은 한 마디라니! 더이상 애니에 시간을 쏟는 게 헛된 일은 아닐 터이다.
앞으로 30년 후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또 어떤 조그만 자랑거리를 갖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