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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리 Feb 20. 2022

발레를 하게 될 줄 몰랐어

몸치도 발레 할 수 있어요?

발레라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너무 아름답고 멋진 춤이라 내가 감히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내가 어느 날 발레를 만났고, 발레는 어느새 내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었다. 발레에 꽤나 진심인 나를 보고 굉장히 유연하거나 춤 선이 고울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나는 그 모든 것과 거리가 멀다. 나는 그저 발레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다 보니 꾸준히 하고 있지만, 정작 발레 하는 내 모습은 뚝딱이에 가깝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발레 일기 연재를 시작한다. 한 번에, 단숨에 잘 해내는 사람들이라면 느낄 수 없을 이야기들을 펼쳐놓기 위하여.




발레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회사 동료의 추천 덕분이었다. 내 동료는 발레를 배우는 동안 왠지 내가 떠올랐다고 했다. 분명 좋아할 것 같은데, 발레를 한 번 배워보는 게 어떠냐고 추천했다.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발레를? 그렇게 유연하지도 않고, 몸치, 박치인 내가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내가 떠올랐다'는 동료의 말에 '어쩌면 정말 운명일지도 몰라'라는 생각 반, '아니어도 할 수 없고 뭐!' 하는 마음 반으로 집 근처 발레 학원에 등록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몸치 박치치곤 참 고민도 없이 시작했네. 역시 뭘 모르면 용감하다. 그것이 나와 발레의 첫 만남이었고, 나는 '첫 만남 발레' 수업을 들은 첫 순간부터 발레에 홀딱 빠지고 말았다.


발레는 춤이지만, 자유롭다기보단 근육 하나하나 통제하는 수련에 가깝다. 몸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올바로 서있는 자세부터 새로 배워야 했다. 발레를 처음 배우던 순간이나 지금이나 못하는 것투성이다. 몸의 근육은 제 멋대로 움직이고, 하나를 잡으면 하나가 풀리고, 점프나 스탭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때론 버겁다. 발레 학원에서 '와 재밌다!'하고 느끼는 날보다 '저건 대체 어떻게 하는 거야?' '으아 오늘은 이게 안되네. 언제 잘할 수 있는 거지?'하고 좌절감을 느낄 때가 더 많다. 잘 못하는 걸 계속한다는 건 괴로운 일이다. 스스로도 괴롭다고 말하는 발레를 그만두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나의 마음은 어떤 마음인 걸까. 무엇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레를 계속 사랑하게 만드는 걸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유독 나는 '무언가를 잘 해내지 못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잘하고 싶다.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에 낑낑대며 발레 학원에 가서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나처럼 완벽주의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선뜻하지 못하거나 꾸준히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새롭다는 건 능숙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한 번에 척척해내기보다는 숱한 좌절을 경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버리고 싶었다. 완벽주의적 성향은 나를 완벽하게 만들지 못했고, 오히려 그 틀 안에 가둔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한다'는 괴로운 감정을 직면하기로 결심했다. 못하더라도 도전해보고,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 자체를 즐기고 싶었다.


좋아하는 걸 그저 순수하게 좋아해 보는 것. 못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 지금 못해도 계속하다 보면 어느새 하게 될 나를 믿는 것. 그런 것들을 발레를 통해 연습하고 있다.


그 과정을 직면하고 보니, 잘한다 못한다가 아닌 '한다'만 남았다. 어떤 날을 잘 해내는 날도 있고, 어떤 날은 못하는 날도 있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해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은 있고, 내가 못한다고 생각해도 나보다 서툰 사람은 있다. 그러니 '취미'에서만큼은 그냥 '한다'에 만족해도 되지 않을까?



몸치도 '할' 수 있다.

그게 발레든 무엇이든, 당신이 잘하지 못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다. 

두려워하고 피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일도 발레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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