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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 May 24. 2023

인생은 B와 D 사이에 Choice!

wollen과 sollen의 사이에서

오랫동안 ‘해야 한다’라는 미명 아래 살아왔다. 무엇을 하든 성적을 잘 받아야 하고, 이걸 해내야 하고, 저걸 해야만 하는 삶을 살았다. 누구도 내게 그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하는 줄 알았고 스스로 만들어낸 의무에 충실히 복무했다.


해야만 하는 삶에는 욕구가 끼어들 틈이 없다. 나에게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할 겨를 따위는 없었다. 해야 하는 일들도 차고 넘치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있을까.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 채로 살았다. 작게는 무엇을 먹고 싶은지부터, 크게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까지. 취업도 마찬가지였다. 하고 싶은 일이라 세뇌하며 홍보마케팅 분야로의 취업을 준비했다. 실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수박 겉핥기로 찾아낸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sollen(해야 한다)으로 가득한 시간이 내게 준 건 절망으로 뒤덮힌 인생과 껍데기뿐인 삶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해야 하는 일을 택하며 살았고, 그 때문에 불행했다. 그래서 오랫동안 아팠고 여전히 아프다. 그나마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직업으로 삼았지만, 여전히 한켠에는 하고 싶은 일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했다.


덜 아프기 위해, 부유하는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무시해왔던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다시 마주하려 한다. 5년만에 다시 시작할 용기가 조금 생겨난 까닭이다. 해야 하는 것으로 더 이상은 충분하지 않은 때가 온다. 그때는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외면해왔던 wollen(원하다)을 사용하여 인생의 문장을 다시 써 보자. 늦지 않았다. 설령 늦었다 하더라도 괜찮다. 늦었으니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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