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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 Aug 29. 2023

산문을 좋아하세요...?

소설가 김연수의 시사인 인터뷰 중

산문에 대한 진입장벽은 높지 않다. 더 낮아지는 것도 같다. 브런치만 봐도 산문 쓰는 사람이 천지고 인스타그램은 더 심하다.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를 파고드는 피상적인 글도 많다고 생각한다. 그런 글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내 글도 그렇게 보일 것이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은 솔직해야 한다. 그렇지만 솔직함에도 정도가 있다. 모두가 날것 그대로를 원하지도 않을 뿐더러 굳이 순도 100% 날것을 드러낼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도 일단 되는 대로 뱉어낸 후에 정제하는 편이다. 보정작업이 나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문장를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는다. 문장을 마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에 담긴 진실이 왜곡된다.


때로는 어떤 표현을 사용해야, 어떤 문장을 지어야 내가 느끼는 것을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스스로가 가식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소설가 김연수가 에세이를 쓰지 않는 이유가 완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에세이가 좋다. 체험이 가득 담긴 에세이라면 더더욱. 드러내는 것이 기본이라지만 드러내는 방법은 각양각색이니까. 나와 결이 비슷하거나, 자의식 과잉이 아닌 자신의 깊이 있는 체험을 공유하는 글은 오히려 반갑다.


아무튼, 산문 쓰기라는 것이 사실은 진실이라는 알맹이를 포장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깊은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에는 숨길 수 없는 정직함이 묻어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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