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텔의 여러 가지 장점 중 하나는 조식이라 불리는 식사시간이 저녁 9시까지이고 요청하면 어디에서나(식당 외에 룸, 수영장, 기타 등등 모든 곳) 아침을 먹을 수 있다는 거다. 그야말로 언제든, 어디서든!
하지만 우리는 매일 식당으로 갔다. 왜냐하면 식사 스타일이 메뉴 중에 본식(!) 1+세미 샐러드바 이용이라 식당에서 먹는 게 이득?!
셋째 날까진 매일 서로 다른 메뉴를 시키다가 마지막 날은 그중 마음에 들었던 메뉴 재주문
첫날에는 주문을 잘 못해서 메인 메뉴가 3개나 나왔다. ㅋㅋㅋㅋ 두 번째 메뉴를 주길래,
"나 이거 안 시켰어. 요거 시켰다니깐!" 했더니,
"어! 그것도 곧 나올 거야. 기다려"라고 했다.
응? 그리고 곧 우리 테이블에 올려진 3개의 메뉴. 1인 1 메뉴 아니었어...?
그러고 보니 두 번째 메뉴 주문할 때,
"다 먹을 거니?" 하길래 메뉴 안에 포함된 모든 구성을 다 원하느냐는 줄 알고, 힘차게 "그럼!!" 했는데
아마도 그게 아니라 메뉴 3개를 다 먹을 거냐고 물은 거 같았다.
아마도 내가 메뉴 2개를 주문하고 확인한답시고 다시 메뉴 확정할 때 뭔가 잘못 가리킨 모양.
뭐... 그래서 첫날 아침부터 아침을 푸짐하게 먹었다는 결론.
토요일이니까 빡세도 주말 마켓을 다 돌아보쟈.
주말에만 열리는 코코넛마켓&찡짜이 마켓 둘 다 가기 위해 이제 짐짓 자연스럽게 볼트 호출을 해본다.
코코넛 마켓은 예전에 코코넛 농장이었던 곳을 시장으로 만든 곳인데 딱히 무언가를 파는 곳이라기보다(팔긴 판다.) 사진 찍으러 가는 곳이다. 여자들이 인스타 감성으로 올릴법한.
처음엔 뭐 굳이 이런 곳을?(SNS 안 함, 사진 찍는 거 별로 즐겨하지 않음) 이란 생각에 패스하려다가 의외로 엄마들이 이런 감성을 좋아하더라.. 란 생각이 들어 일정에 넣었다. 그리고 일찍 출발했다. 조금만 늦었다간 중국인들이 인터넷 방송 촬영을 엄청 하는 데다가 사진 찍기가 힘들다 하길래. 그렇게 서둘렀더니 아직 한적하고 한갓진 풍경.
숙소와 올드타운에선 한 명도 보지 못했던 한국인들 여기 다 잉네. 암튼 그래서 남들처럼 사진을 많이 많이 찍어댔다. 남들처럼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잡수심(아니 근데 아이스크림 집... 내가 위치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가서 그렇지 거, 너무 안 보이게 있는 거 아니오?)
대충 이런 곳.
중간중간에 녹조라서 발 빠짐 주의, 휴대폰 주의라고 듣고 갔는데 꼭 한두 사람은 휴대폰을 빠뜨려서 직원이 전용 막대기(?)로 꺼내준다고 하던데 우리도 목격하고 말았다. 슬리퍼를 빠뜨린 아이 신발을 찾아주던 직원. 이만하면 포기할 때도 됐는데 끝까지 찾아내주던 직원에게 우리도 마음으로 박수를 쳤다.
요래 생겼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신발 두 짝을 다 빠뜨린겐지. 열일하는 신발 구출 직원.
사람이 슬슬 많아질 때 빠져나와 찡짜이 마켓으로 간다. 이제 택시 부르는데 거리낌이 없다. 하핫.
찡짜이 마켓은 농산물도 팔고, 특산물,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파는 주말 시장. 찡짜이마켓=파머스마켓=러스틱 마켓. 부르는 이름이 각각이라 첨에 머리가 뒤죽박죽. 어디가 어디라는 거야? 했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은 주말 야시장 보다 퀄리티가 있지만 비싼 편인데 그런 거(?)에 별로 흥미 없는 우리는 아무것도 안 샀다. 그리고 생각보다 꽤 컸다. 소품 물욕 있는 사람들은 오래 머무를 듯도 했다.
갑자기 보조배터리 연결이 안 돼서 똥줄 타는 통에 사진 몇 장 안 찍음.
낭비하는 시간 따윈 없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식당으로 무브무브! 제대로 타이식 첫 끼니! 웨이팅이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다행히 우리가 들어갈 땐 여유로운 좌석. 시그니처 메뉴가 오징어 튀김이라고 해서 오징어튀김+(늘 먹는 태국 음식) 시키고는,
"오징어 튀김이 맛있대. 근데 오징어 튀김은 뭐 다 거기서 거기 아냐?" 했는데, 함부로 말한 제 자신 반성합니다. 보기엔 별다를 거 없는데 왜 맛있지? 어떻게 한 거지? 화가 날 정도로 맛있다. 다음에 왔을 때 이 메뉴 없애지 말아 주세요. 부탁합니다.
태국 가면 늘 먹는 이런 것들을 먹었습죠. 하지만 오징어튀김..너만은 달랐어.
밥 먹고 바로 옆에 있는 왓프라싱 사원을 간다. 사원에 크게 흥미 없는데(태국을 몇 번을 갔는데 사원 찾아간 적 없는 태국러버) 바로 옆에 치앙마이에서 유명한 사원이 있다고 해서 가 보았다. 황금빛 탑 때문에 황금사원이라고도 불리는데, 우와~~~ 잠깐 하고는, "아, 덥다" "사진 찍었지?" 숙소로 간다.
네...태국의 흔한 사원 풍경 되겠습니다.
보조배터리 연결이 안 되는 것에 불안지수가 높아져서 숙소로 가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마사지를 가야 직성이 풀리겠도다. 신기하게도 가전제품 고장 난 거 A/S 센터 가면 멀쩡히 되는 것처럼, 아무리 해도 안 되던 것이 나중에 숙소 가니 '내가 언제 그랬어?' 하듯 멀쩡하다. (하지만 불안해서 이후로 연결선도 2개씩 들고 다닌 못 말리는 J)
역시나 방향치 두어 번 헤맨 끝에 미리 예약해 둔 첫 마사지샵 도착 후 2시간의 럭셔리 마사지를 받은 후 다시 예약시간 15분 전 숙소로 컴백. 미리 현지 기사를 섭외해 놨기에 치앙마이 야간 명소(?) 도이수텝으로 향한다.
가 보면 대단하지 않지만, 안 가면 궁금한
도이수텝. 치앙마이 대표이자 상징적인 사원. 낮에도 많이 가지만 야경 보기 위해서 많이 가는 곳.
처음에 예약할 때 이른 저녁을 먹고 6시에 출발하겠다고 했더니 기사가,
'너 6시면 어두워. 5시 출발하는 게 베스트야. 하지만 니가 원한다면 6시에 데리러 갈게'라고 해서 잠깐 멘붕이 왔다가(이미 뒷 일정 다 짜놨음) 현지인 말을 듣는 게 맞을 것 같아서 5시로 수정했다. 역시나 5시에 갔더니 일몰+야경 일타쌍피.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음.
앞의 사원이랑 같은 곳 아닙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아무튼 아니에요.
하지만 야경이라고 해서 거구의 에펠탑이나 현란한 홍콩 야경 생각하면 곤란하다. 치앙마이엔 큰 건물이 없어서 탁 트인 소소한 야경을 보는 맛. 엄마는 밤에 비행기에서 지상 내려다보는 것 같다 했는데 아주 적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택시 타고 내려오는데 기사가 사진 잘 나오는 곳이 있다고 세워줬다.
도이수텝 전망대와 내려오는 중턱 어귀에서 찍은 사진. 울 엄마 말 완전 이해?
아, 그리고 계단이 있고 케이블카가 있는데 계단으로 가도 갈만할 정도의 계단이라고 하는데(300여 개) 운동할 거 아니면 케이블카 타세요. 20바트, 한국 돈으로 800원도 안 되는 돈 아낀다고 부자 안됩디다.(이런 사고방식이라 내가 가난을 면치 못하나 봄...)
어쩌면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아쉬움
5시 출발로 시간을 바꾸면서 저녁 먹고 출발하려던 일정도 전면 수정했다. 그렇다면 마지막 일정, 토요 마켓에 가서 간단히 간식으로 저녁을 때워보자. 어차피 쇼핑의 메인은 내일 일요마켓이니까 쓱 둘러보기만 하고 배만 채우자! 했는데... 막상 기사가 떨궈준 토요마켓에 내려보니 몹시 산만하다. 왜 공산품과 먹거리가 한데 뒤엉켜 있는 거야? 겨우겨우 로띠와 망고밥을 사서 개천 강변에 앉아서 배낭여행자들처럼 저녁을 먹어본다. 진짜 정신이 없었나 보다. 사진도 안 찍은 걸 지금 알았다.
다들 알고 있는 동남아 야시장 풍경.
이번에 치앙마이 가면 사려고 했던 쇼핑리스트 품목 중에 귀고리가 있었다.(이렇게 거창할 수가!) 야시장에서 사야지 했고, 토요마켓에서 블링블링 내 스타일을 발견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어서 사지 않고 내일 일요마켓에서 사기로 한다. (분명히 블로거들이... 토요마켓 물품이 일요마켓에도 있다고 했고, 그게 그거... 다 겹친다고 했어...)
그리고... 이쯤 되면 예상했겠지만 일요마켓에서 못 샀다. 똑같은 게 없었다. 비슷한 건 있었는데 초입에 발견해서 '더 가면 어제 봤던 게 있겠지'하고 지나갔다가 그 집 마저 다시 못 찾았다고 한다. 그래.. 분명 블로거들이 그 말도 했다. 시장이 너무 크니 마음에 들면 그 즉시 사야 한다고. 나는 알면서 왜 그 말을 무시했던가... 내가 데일리로 사용하는 귀고리는 대부분 태국 야시장에서 4개에 100바트(3700원)로 사 온 것들이다. (이렇게 사는데 왜 가난을 면치 못하지?)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 아무리 싸도 귀고리를 잘 못 산다. 사기당하는 기분이라...? 과연, 나는 다음 태국에 갈 때까지 지금 있는 귀고리로 내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자꾸만 귀고리 한 짝씩 실종되고 있어서 애가 탄다.(하지만 4개에 100바트라 슬퍼하긴 하나 아까워하진 않는다고 한다.)
택시를 불러도 너무 번잡해 잘 안 잡힐 것 같아서 구글을 열고 도보 20분 거리의 숙소까지 찾아온다. 의외로 걸을 일이 별로 없는 치앙마이라 딱 두 번 걸어서 이동했는데 그중 처음이었고, 안 그래도 방향치인 나는 그래서 돌아오는 날까지 방향과 길을 익히지 못했다는 기막힌 역사를 남겼다.
저녁이 부실해서 돌아온 숙소에서 한국에서 챙겨 온 컵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내일.... J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 닥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