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 여러 번 먹으며 떠난 아랍에미레이트(5)

물가만 싸면, 비행시간만 짧으면. 여러 번 오고 싶은.. 마지막 날

by yosepina

해당 여행 일정은 2025년 12월 연말이며, 여행기는 2026년 2월에 작성되었습니다.

더없이 평화롭고, 몸으로 체감 가능했던 치안 좋은 나라의 전쟁 여파 소식에 매일 마음이 무겁습니다.

빨리 평화가 찾아와 예전 기억의 아름다운 나라 모습을 떠 올릴 수 있길.


어느새 마지막 날.

바쁜 듯 바쁘지 않은(나중에 보면 사진은 많았던) 하루가 남았다.



돈 내고 보는 것도 비싼데 저기 저곳엔 누가 사나요

오늘도 첫 일정은 전망대로 시작된다. 팜 주메이라 섬에 위치한 더 뷰 앳 더 팜 전망대.

팜 주메이라는 바다를 메워서?? 만든 인공 섬인데 야자수 모양을 모티브로 했는데 해안에 위치한 집들은 대부분 호텔, 별장, 고급 식당이다. 할리우드 배우들 별장이 많이 있는데 가격은 상상 초월. (이 나라는 파파라치가 불법이라 사진 찍으면 무조건 철컹철컹인지라 세계 각국의 스타들이 자유를 위해 많이 방문한다고 했다.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이런 정보는 왜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 걸까..)

막상 올라가면 전체가 유리 가림막과 철제 난간으로 되어 있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사진을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리저리 아무리 찍어봐도 눈에 담기는 장면을 1/10도 구현해 낼 수 없었다.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아무튼 나만 못 찍는 건 아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니깐.

그래도 어쨌든 다른 전망대와 다른 느낌이긴 하다. 내가 저 재벌동네를 언제 위에서 내려다 보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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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최선이요. 저 정면에 보이는 아틀란티스 더 팜을 버스 타고 와서 가까이서 찍어보았다.

중동 배경에 크리스마스의 등장이라

두 번째로 이동한 곳은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

아랍의 옛 전통 시장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곳인데 시장+지하 몰 오묘하게 섞어놓은 기분이다. 최애 중 한 명이 몇 년 전 두바이에서 여러 가지 촬영을 했어서 "어어. 여기서 게임했었다. 어어. 여기서.. 그러니까... 무슨 게임을 했냐면..." 가는 데마다 이랬는데 엄마는 대꾸도 안 한다. 처음부터 안 했다. 듣고는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지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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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자유 시간을 주기 전, 뒤쪽으로 먼저 데려간다. 7성 호텔로 알려진 버즈 알 아랍을 예쁘게 찍을 수 있는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서. 시장 내부 보다 거기에 사람이 훨씬 많았다. 여기도 아직 철거되지 않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곳곳에. 더불어 '오아, 여기는 해외다' 싶은 풍경의 장면들이 눈앞 여기저기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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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이렇게 진심이기 있기요?

시장이 아주 크진 않아도 기념품 샵은 곳곳에 많았지만 딱히 더 살 생각은 없어서 구경만 했다. 이 나라는 눈으로 보는 곳이지 지갑을 여는 곳은 아니라고 배웠습니다만.


너무 미래미래해서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점심을 먹은 후, 원래 어제 일정에 있던 미래 박물관으로 간다.

입장료는 비싸지만 입장료 대비 평가가 후하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는데 가이드도 시간이 되면 가고 안되면 안 간다고 했었다. 학령기 아이가 있다면 볼만한 것들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 해도 입장료는 비싸다. 1층 로비까지는 무료인데 단체 관광객은 다들 1층만 찍고 가는 일정이 어느 여행사나 동일했다.

총 7층 건물에 2071년 미래를 체험할 수 있는 곳과, AI, 로봇, 우주여행, 막 층마다 이런 테마가 있는데. 오우! 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다.(뼛속까지 문과...) 듣기만 해도 듣기가 싫어진다 ㅋㅋ 그런데 사람은 꽤 많더라.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4개 박물관 중 하나로 선정했는데 건물 자체는 미래미래 하다. 뒤편은 공사를 해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은 게 아쉬웠지만 외형 손가락 세 개 조형물 앞에서 야무지게 사진도 찍었다. UAE 부통령 세이크 모하메드가 미래에 대한 언급한 명언으로 유명해진 조형물이다.(라고도 지금 자료 보면서 기억해 냈다.)

정각, 30분마다 등장한다는 헬륨풍선 같은 돌고래도 (이런 조악한 표현 죄송합니다. 이과분들+ 공대 교수님이신 형부) 등장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 찍었다.

'아니, 쟤가 뭐라고 다들 기다려서 이 난리야?' 했지만 동영상도 찍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전 세계 이과분들) 내 보기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고 차원의 신기술과 여러 과학자들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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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갑자기 T처럼 '천정이 은색인데 애가 은색이면 잘 안 보이지' 했다.

나에겐 그러했지만 누군가에겐 또 두근두근 할 수 있는 그런 장소이겠지. 아무튼 내겐 경이로운 최신 건축물 정도로 기억된다.(휘발될 것 같지만)


랜드마크. 훌륭한 날씨. 적당한 북적임

마지막 관광장소는 알파히디&알시프

19세기 중반 두바이의 옛 모습을 만나 볼 수 있는 주요 문화 유산지다. 가이드 표현대로 우리나라 '민속촌' 쯤 되겠다. 원래 이틀 전 일정인데 가이드가 널널한 마지막 날로 조정했다. 여기서 공항이 가깝다고 해서 마지막 일정이다.

두바이에서 인기 있는 레저 지구 중 하나로 앞에 갔던 수크 마디낫 주메이라 보다 큰 시장? 관광지 느낌이고 야외이다. 야외지만 천막으로 가려져 있어서 햇빛을 피할 수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거리인데 이색적이고 볼거리도 꽤 있다. 다만 물 건 살 때는 흥정을 해야 하는데 어차피 물건은 사지 않았다.

특색 있는 스타벅스가 포토 존 중에 하나인데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만 줄을 서서 찍는다. 이럴 땐 한국 사람이 아닌 나는 당연히 '아, 여기가 거기군' 하고 자연스럽게 간판만 찍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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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거, 사진 찍는 거 둘 다 싫어하는 사람은 이렇게 사람 없는 인증샷만.

중동중동 분위기라 곳곳에 사진 찍을 곳이 많은 건 좋았다.(찍는 걸 안 좋아하지, 안 찍지는 않음). 날씨도 덥지 않아서 돌아다니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자유로 왔다면 식당 어딘가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만 해도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았다. 너무 빡빡하지 않은 일정이라 다소 심심해도, 여유 있는 마지막 일정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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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뒤에 남은 이상한 논리와 궤변 속 다음 여행지 설정

그렇게 여유 있게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공항으로 향했다. 혹시 몰라 초콜릿이 녹을까 봐 캐리어에 넣지 말라는 가이드 말을 잘 들은 관계로(하지 말라는 거 절대 안 함) 따로 보관했던 초콜릿 짐을 꺼내 공항에서 다시 짐을 재정비한다.

대장부 같기도, 소녀 같기도 했던 씩씩했던 가이드의

"정들라니까 헤어지네. 서운해서 어떻게 해요. 나는 강아진가. 왜 이렇게 사람이 좋은가 몰라"라는 말에

내 마음이 다 덜컥 내려앉는다.(요즘 건드리기만 하면 우는 병에 걸려 있음)

내게 두바이에 다시 자유여행을 오면 꼭 연락을 하라고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난 손님들이 꽤 많다며.

알겠다고 대답하며(대답은 했지만 가능할지) 검색대를 통과해 라운지에서 저녁을 먹는다.

전날부터 배탈이 난 엄마는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았고, 돌아와서도 면역력 저하로 일주일을 고생했기에 이번 여행의 에필로그는 가히 즐겁지만은 않았다.(비행시간이 너무 길어 망설이던 엄마를 내가 밀어붙여 성사한 여행이었기에)

가기 전 다음 여행지를 계획하거나, 돌아오자마자 다음 비행기를 예약했었던 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상황과 나의 복잡한 현재 위치를 고려할 때, 당분간 빠른 시일 내 여행이 힘들다고 판단하여 결국 조금 먼 다음 여행지를 왕복 비즈니스로 끊어버리는 만행을 저지른다.

어쩔 수 없었다. 엄마를 위해서다. 이제 엄마의 컨디션으로는 이전과 같은 여행 스케줄을 견디지 못하리라는 확실한 믿음(?!) 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타고 싶어서가 아니다...

여행 횟수를 줄였으니까 다른 보상이 있어야 했다..

근데 나는 돈이 없고, 다음 여행 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이러나저러나 슬프긴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