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명예욕이 있는 줄 몰랐다. 적극적이고 친구들과 사교적인 건 알았지만.... 저러고 떨어지고 상처받는 건 아닌지....
사실 누나의 아픔이 있었다
어느 날 아무 말 없이 혼자 반장선거에 나갔었다. 자기가 혼자 나가고 몇 표 못 받고 왔던 그때, 하지만 대문자 I형 체리가 선거에 나갔다는 모습에 난 놀라웠다. '너도 이런 거 하고 싶었었구나!' 하지만 표수가 적어 친구관계가 걱정됐었다. 그래서 학부모 상담 때 조심스레 친구랑 잘 어울리는지 여쭈어봤는데 선생님이 오히려 "어머님 그건 저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제가 친하다고 친한 친구라고 뽑아주지 말고 잘할 수 있는 친구를 뽑으라 했거든요~" 하지만 고슴도치 엄마는 두 번 상처를 받았다. '선생님 그 말은 우리 아이 친구관계뿐만 아니라 반장자질이 없다는 거....' 속으로 삭이고 딸에게는 와서 "너 진짜! 용기 있고 멋있다고 감탄에 감탄을 잇지 못했다." 사실 진짜 놀라웠다. 그리고 그나마 지혜로운 담임선생님 덕에 한 학기 임원직을 맡아 임원회의를 하며 다녔었다.
그러다 봉봉이가 반장선거에 나간다니.... 엄마는 이번에도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자려 누웠는데 반장선거가 있다는 말에 아이를 세워놓고 연습시켰다. 멘트는 어찌할 줄 모르자 딸, 체리의 대필로 핸드폰에 받아 적었다. "엄마! 그런 거 하면 안 돼!" "현실성 있는 거를 해야지" "그 멘트는 민감하다고 그런 거는 하면 안 돼~" "진짜 할 수 있는 선에서 해야지!" 그리고 봉봉이는 낙지스타일이지만 벽에 딱 붙어, 꼿꼿이 서고 제스처를 하며 멘트 하나하나에 힘을 주고 연습했다.
요즘 유행 선거 대사들이 많지만 유머 있고 액션 있는 발언은 거르고 시작했다. 멍석을 깔면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E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너 번 연습을 하고 늦은 잠을 청했다. 그럼 엄마는 꼭두새벽, 아침에 일찍 일어나 A4용지에 크게 뽑고 중요단어, 제스처에 표시를 해주어 L자 파일에 고이 넣어주며 다시 한번 연습을 시킨다. 소심쟁이 엄마는 온종일 걱정이다. '혹이나 안 됐을까 봐~ 설마 우리 아들이 부반장에 됐을까 봐!' 노심초사를 하다
올레~~~~~
아들이 뛰어온다. "너 됐구나?" 대통령선거라도 된 듯 엄마 맘은 이미 현수막이라도 동네방네 달고 싶은 마음이다.
우리 가문의 영광이다!
그리고 2학기가 되었다. 아들이 이번엔 반장선거에 나간단다. "진짜?" "2학기는 진짜야~ 1학기는 그냥 겉모습만 보고 뽑는 거지만 2학기는 네가 1학기 동안 친구들과 잘 지내고 모범이 돼야 친구들이 뽑아주는 거야!" 잔뜩 겁을 주며 연습을 시켜 보냈다. 이번에도 누나의 선거문 대필을 통해 굳은 결단을 하고 학교에 갔다. 다행히 너무 다행하게도 됐다!!!
아-아- 동네 사람들 우리 아들이 반장이 되었어요~~
메가폰이라도 들고 싶지만 경찰서 신고 들어갈까 봐 참아본다. 아들은 설렘반 기대반이지만 1학기 반장이 되었던 친구의 말을 듣고 걱정반, 시무룩해진다."엄마 친구가 그러는데 애들이 반장말 되게 안 듣고 무시한데..."
'그래 맞다! 요즘 반장이 문제냐? 선생님 말도 안 듣고, 엄마말도 안 듣는데.... 친구가 반장인들 말 듣겠냐고!'"괜찮아! 그래도 넌 소신 것하고 친구들에게 모범이 되게 바르게 행동하면 돼!" "알았지?" "남을 너무 의식하면 아무것도 못해! 니 스타일대로 알지?"
여기까지가 좋았다. 4학년이 되자마자 반장선거를 준비한다. 1학기에 부반장, 2학기에 반장 그래서 둘 다 할 거라고... 너 그러다 국회의원, 대통령 다 하겠다! 이렇게 포부가 큰 아이인 줄 몰랐는걸.... 아주 멋- 있- 다!!! 하지만 게임에 빠져 유튜브를 보느냐 주말에 준비하고 하라는 말에 누나의 대필 도움도 거절하고 혼자 짜증을 내며 준비한다. "뭐라고 할 건데?" 혼자 응얼거린다. "너무 간결한 거 아니야?""그리고 종이에 크게 써서 똑바로 서서 또박또박 연습해야지!" 하지만 봉봉이는 반장선거도 중요하지만 빨리 핸드폰 게임하고 싶다. 투덜거리다 누나와 실랑이를 벌이다 혼자하겠다한다. 그리고 난생처음 노트북을 꺼내 손수 직접, 난생처음으로 한글문서를 두들겨서 독수리타법으로 선거문을 쓴다.
고슴도치 엄마는 이마저도 대견스럽고 놀랍다. 나름 큰 글씨 포트로 줄 바꿈까지 해낸 것에 대한 감탄스러웠다. 하지만 너무 약했다. 하지만 이미 아들은 핸드폰에 빠진 상태였다.
"엄마, 요즘 남녀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줄 알아? 저런 건 건드리면 안 돼! 내가 해줘서 된 줄 모르고 자기가 잘해서 된 줄 안다니까 쯧쯧" 체리는 누나라고 어른스러운 말투로 엄마에게 넋두리를 한다. "그래 맞아! 우리 딸 정말 대단하다! 근데 일단 봉봉이가 준비했으니까 되든 안되든 해보게 하자! 그래야 누나덕인지 자기 덕인지도 알지~" 엄마가 그 누구보다 선거문을 수정해 주고 연습도 다시 시키고 싶지만 이것도 경험이라고 일단 이번은 혼자 준비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이라며 마음을 달래 본다. 그러며 혹이나 상처받고 소심해질까 봐 마음을 토닥여준다. "봉봉아, 고학년은 그냥 좋다고 막 뽑지 않아! 저학년이랑은 달라~ 차근차근 씩씩하게 함 해봐!" 하며 불안한 맘에 쪽지를 남겨준다.
그리고 2교시 반장선거를 할 텐데 엄마는 김칫국을 마신다. 되려나? 되고 2학기 반장 고고씽? 이번에 허술하게 했는데 되면 기고만장해서 안되는데.... 안되면 우리 아덜 맘 상하는 거 아녀?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 학교에서 전화가 온다. 엥? 봉봉이가 다쳤단다. "많이요?" "다행히 눈은 안 다쳤어요~" " 눈썹 위 찰과상이 살짝 있는데 많이 부었어요." "꿰매어야 하는 정도인가요? 병원에 가야 할까요?" "보건선생님이 병원 가라고는 안 하셨는데 걱정되시면 함 가보시는 것도..."다치긴 했지만 그리 심한 건 아닌가 보다. 다행이다. 그리고 체리쌤이 연이어 봉봉이 쌤이라 친근히 다가간다. 봉봉이가 첫날에 와서 얘기하더라고요. "선생님 체리 아세요?" 너무 당돌하게 들이댔다. 근데 봉봉이가 다가가는데 체리얼굴을 하고 있더란다. 둘이 완전 다른데.... 선생님이 보시기엔 완전 똑- 같- 단다. 외모가....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이어지다. "선생님 오늘 반장선거 했잖아요?""혹시 봉봉이 안 됐어요?" 조심스럽게 말씀하신다. 부반장에 무려 5명이 나왔다고.... "아, 그래요?" "아니 더 준비하자는데 안 하고 혼자 하길래 경험이니까 그냥 내버려 뒀어요. 이 또한 경험이니까.... 1학기 부반장하고 2학기 반장하려는 큰 포부가 있었는데 아쉽네요. 괜찮아요. 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부상을 당한 아들을 마중 나갔다. 부상으로 태권도도 제끼고 언덕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해서 코스를 돌려서 뺑뺑 돌려서 오신 아드님, 일단은 아파서 소파에 몸져누우셨다. 임금님 문진을 하고 아웅다웅 살피고 하다... 조심스레 모른척하고 묻는다. "아들, 반장선거 어땠어?""아~ 1학기, 2학기 통틀어 한 번밖에 못한다고 선생님이 다 얘기했어, 나만 하려고 했는데.... ( '아들아, 이미 다른 친구들도 알고 있을 거야! 선생님도 미리 선포해야 하는 사항이고...' ) "아이고 아들 그랬구나! 우리 봉봉이의 작전을 다 들켜버렸네, 괜찮아 몇 표 나왔는데?" "11표?" "엉 많이 나왔는데 부반장 된 애는 몇 표인데???" "엉? 5명 나왔다며 니네반 몇 명인데...." 엄마는 분위기를 역전하여 부반장은 떨어졌지만 나온 푯수에 감동하여 궁디팡팡을 해준다. "우리 아들 잘했네 잘했어! 멋지다 우리 아들, 근데 니네반 아이들이 다 열정적이다. 우와 대단한걸.... 1학기에 바르고 모범되게 친구들의 보기에도 잘해야 2학기에 뭐든 되는 거야! 2학기에 만약에 반장하고 안되면 부반장도 도전하는 거야! 알았지?" 엄마는 약간의 아쉬움은 남지만 그마저도 좋다며 방실방실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