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요리 예능을 거의 보지 않았습니다. 제 취향에 맞는 다른 콘텐츠들도 차고 넘쳐나기 때문에 굳이 요리 프로그램까지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죠.
그러다 지난 연말, 우연히 넷플릭스에서 <흑백요리사2>를 재생하게 되었습니다. 별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왜 이 재미있는 걸 이제야 봤을까' 싶어 스스로 반성까지 하게 되더군요. 그 후로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는 시즌 1은 보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이 시리즈의 매력에 눈을 뜬 기념으로, 제가 느낀 <흑백요리사2>에 대한 소견을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이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이유는 무수히 많겠지만, 방대한 분석보다는 제 시선을 사로잡았던 재미 요소 딱 한 가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볼게요.
우리가 화면으로 접하는 모든 장면은 제작진의 손을 거쳐 전달됩니다. 즉, 화면 속 아주 작은 요소에도 제작진의 치밀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멍하니 <흑백요리사2>를 보던 저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심사위원이 2명이지?
이게 궁금했던 이유는? 보통 결정을 내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홀수 구성이 효율적입니다. 과반수로 의견이 모이면 찬반이 갈리는 상황 없이 빠르고 깔끔하게 결론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참가자가 80명에 달했던 1라운드에서는 효율성을 위해 심사위원 1인이 평가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본선부터는 2인 체제입니다. 만약 심사위원이 3명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심사는 빠르게 진행되었겠지만,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교착 상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제작진은 바로 이 지점을 노렸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인 효율성 대신,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도적으로 열어둔 것이죠.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엇갈려 토론이 길어질 때, 참가자가 느끼는 '초조함'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표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이됩니다. 이 초조함 때문에 두 심사위원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발생할 때마다 쫄깃쫄깃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심사를 받지 않는 다른 참가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결과를 예측하려고 들죠. 시청자도 함께 결과를 예측합니다. 저 역시 아내와 함께 시청하며 "000 설마 여기서 떨어지나?", "내 생각엔 000이/가 붙을 것 같아"라며 자연스럽게 결과 예측에 참여하게 되더군요.
심사위원을 2명으로 설정했을 뿐인데, 그 작은 디테일이 프로그램의 핵심 재미를 결정했습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에서 재미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면, 저도 모르게 흥분됩니다. 너무 흥분된 나머지 이런 투박한 글까지 쓰게 됐네요.
여러분은 <흑백요리사2>의 어떤 장치가 재미에 크게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