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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알밤 Oct 29. 2023

23주 차: 임산부 등통증


23주 차가 되자마자 등 통증이 시작되었다. 허리 통증도 아니고 어깨도 아닌 등이 아프다. 정확한 위치는 오른쪽 날개뼈와 척추 사이가 욱신거리면서 아팠다 (사진의 분홍색 원 부분).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도 500원 동전만 한 크기로, 딱 엄지손가락으로 꾹 눌러주면 시원할 것 같은 크기로만 아프니 애매하기 짝이 없다. 이 정도 아픈 걸로 병원을 가도 될까? 병원에 간다 해도 임신으로 인해 엑스레이 촬영도 불가할 텐데.. 이런저런 생각에 집에 굴러다던 땅콩볼을 아픈 부위에 딱 위치해 두고 꾹 누르며 통증을 완화시키기만 했다.

3일 정도 지나고 통증이 심해 잠을 자다가도 아파서 깨기 시작하니 병원을 꼭 가야 할 것 같았다. 정형외과를 가서 진료를 보았으나, 위치가 배와 너무 가까워 엑스레이 촬영이 불가하고, 물리치료를 받자니 물리치료에 사용되는 전파 치료기가 임신했을 경우 사용이 불가하다고 한다. 또, 위치가 아무래도 신장이 있는 위치여서 신우신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하셨다. 할 수 없이 한 주만 더 지켜보고 그래도 아플 경우 다시 와서 도수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손으로 진행되는 도수치료는 그나마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병원에서 별 소득 없이 돌아와 인터넷에 ‘임산부 등통증’을 검색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동일한 통증을 겪고 있었다. 위치도 모두 정확했다. 우측 날개뼈와 척추 근처. 원인으로는 갑자기 커지는 배로 인해 허리와 배 근육이 시작되는 지점이 늘어나며 아플 수 있다는 것과 혹은 아기의 머리가 그쪽 방향을 향하며 신경을 눌러서 일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한 병명 혹은 증상이 언급되지 않은 통증이다 보니 다들 마사지와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가라앉히는 경우가 많았다. 갈고리처럼 생긴 안마봉으로 꾹 꾹 눌러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새삼 놀라웠다.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임신 부작용이 있는 거구나 싶었다.


이제 임신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기 시작하며 확실히 많은 부분이 불편해졌다.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더부룩하지만 식욕은 왕성해졌다. 목과 등이 아프고 금방금방 숨이 찼다. 그리고 수시때때로 잠이 몰려와 조금만 외출했다 돌아오면 잠이 쏟아져 낮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수면의 질이 확실히 떨어졌다. 화장실도 가야 하고, 몸이 뻐근해 깨기도 했다. 모든 아기 엄마들은 이런 불편함들을 감수했던 것이었구나. 마냥 부른 배가 우아하게만 보였던 내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실제 임신기에 기운이 빠졌다. 아직 4개월이 남았다. 좀 더 긍정적이고 활동적으로 보내고 싶었던 나의 임신기가 마냥 흐려지는 것 같아 속상하다.


인터넷으로 임산부 복대를 구매했다. 너무 이른 건 아닌가 싶어 고민만 했었으나 이제는 필요한 시기가 도래한 것 같다.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임신 후반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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