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暑) : 더위가 멈춘다
2025.8.23.(토)
최저 온도 25도, 최고 온도 32도
덥고 맑은 날씨
입이 삐뚤어져야 하는 모기가 이제야 찾아온다
처서는 가을의 두번째 절기로, 處·멈출 처 暑·더울 서가 더해진 말이다. 입추가 더위의 막바지에 서린 가을의 예감이라면, 처서는 여름의 종언이다. 그래야 했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입도 삐뚤어진다"는 것은 처서의 속담 중 하나이다.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기운이 돌아 모기는 사라지고 귀뚜라미 같은 풀벌레들의 울음 소리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처서가 되었지만 오히려 모기 주의보가 내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올해는 유난히 모기가 없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해 모기의 생존율이 떨어졌다. 변온동물인 모기는 기온이 너무 높아지면 체온도 함께 올라간다. 대사활동에 과부하가 걸리고 내분비계에 혼돈이 생겨서 수명이 줄어든다. 이제 처서를 지나, 그래도 진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되면 모기의 개체수가 늘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모기는 7~8월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9월의 주연이 될 것이다.
모기에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위해 올해는 모기장부터 구입했는데, 아직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의 발차기를 받으며 점점 늘어지고 있을 뿐이다. 모기에 물리면 안된다. 아이가 잠을 못자면 내 잠도 사수하지 못하므로. 한참 긁고 있는 아이에게, 손톱으로 십자 자국을 내고 침을 바르면 괜찮아, 엄마 때는 그랬어, 라고 말했더니, 엄마 그건 병균이 들어가서 절대 안된다며 나무란다. 유치원에서 하면 안되는 일이라고 배웠단다. 모기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다른 자세다.
우리의 계절의 상징들이 이렇게 하나씩 달라져 간다는 게 서운하다. 지구는 한 껏 아프다는데 서운함을 토로하는 게 철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세대마다 각자 자신만의 문화적인 자양분을 얻어 산다. 고등학교 때 부른 음악이 다르고, 유행했던 옷이나 드라마가 다르다. 영화나 책은 시간에 영향을 덜 받는 것 같아도, 가까이 두게되는 시기가 있는 건 분명하다. 그나마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소소한 존재들이 세대를 아우르는 기억이다. 수박의 둔탁하고 명량한 통통 소리라던가, 잠들면 스쳐가는 모기의 날갯짓 소리 같은.
나의 여름은 7월과 8월에 있었는데 아이들의 여름은 더 길고 주요 등장 요인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매미도 모기도 손톱에 물들이는 봉숭아꽃도. 아이들이 모기 조심해, 라고 말하면 이제는 9월이 된다고 생각하니, 세대 차이를 타파하고 싶어진다. 계절은 세대의 고유함과는 다른 배경으로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아파트 하늘
8월의 하늘을 좋아한다. 가을 하늘 처럼 투명한 하늘은 여름의 뜨거움으로 순식간에 생겨버린 구름이 쉬이 담긴다. 깨끗한 파란 하늘에 생크림 같은 하얀 구름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 마음이 어린애가 되어버리는 기분이다. 괜시리 구름에 이런저런 이름을 붙여보고 싶어진다. 너는 코끼리, 너는 늑대, 너는 햄버거
도시의 하늘들은 조각나기 쉽다. 빼곡한 건물 사이에 멀리 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본 풍경은 더욱 삭막하다. 무수하게 반복되는 창문들은 개성이 없다. 언뜻 보이는 빨래 건조대나 커튼의 실루엣을 꼭꼭 감춘다. 그 사이로 하늘을 볼 때면 전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더욱이 도시 생활자가 게으를 때 하늘은 더 좁아진다. 밖은 모자이크처럼 흐려진다. 창문을 마음에 비유한 사람이 나의 창문을 보았다면 혀를 끌끌 칬겠지. 하지만 도시 안에서는 아파트 안을 비출 뿐일 창문이다. 사생활 보호 때문에 가리는 것이 권장 되어야 하는 이중적인 속내들도, 어쩌면 현대인의 마음을 닮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민속대백과 사전 '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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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삐뚤어진다더니…처서 지나 '가을모기' 주의보, 왜?(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