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영화 <바빌론>과 소설 <달과 6펜스> 후기

by 시우

세월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이 전인류 통틀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누구나 젊음이 영원할 것 같이 살아간다. 내가 저물어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체험해 보기 전까진 알 수 없기에, 결국 나이 들어서 한 번쯤은 나이 먹어봐라, 나도 안 그럴 줄 알았다! 혹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잘 보낼걸.. 하는 말이 나오기 마련이다.


영화 <바빌론>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무성영화 시절에 이룬 성공과 인기가 영원할 줄 알고 살다가, 그들의 풍미했던 시대가 지나가자 처참히 무너져갔다. 잭 콘래드는 자기 머리에 총구를 겨누었고, 넬리 라로이는 자기가 말했던 것처럼 다 끝나고 어둠 속으로 춤추며 사라졌다. (그녀가 진짜로 원했던 선택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매니는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든 살았던 것 같지만, 20년 만에 할리우드에 와서 영화를 보는 그의 얼굴에는 의미 있고 영원한 일을 따라 살지 못한 지난 삶에 대한 회한도 있는 듯했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의 끝이 매니의 가장 큰 위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한편으론 내가 영화계에 몸담았던 과거가 헛되지 않았음을 확인받고 위로받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내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이제는 못 참는다, 누가 뭐라 하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야 라며 떠나버린 중년 아저씨가 있었으니 그는 <달과 6펜스>의 스트릭랜드다. 이기적이다 무책임하다 어떤 평가를 내리든 그건 남의 생각이며, 가족이든 친구든 결국 남은 남, 내 한 번뿐인 인생 이렇게 살 수는 없다며 뛰쳐나가 한평생 그림만 그리다 죽은 스트릭랜드에게 도덕과 윤리 같은 것으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마치 고양이에게 충성심을 바라는 것과 같은 일이 아닐지. 주변 사람들은 열불이 나고 뚜껑이 열리겠지만 그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어쩌겠나 싶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랬거나 저랬거나 스트릭랜드나, 잭, 넬리, 매니 같이 결국은 (픽션 상이지만) 죽어서 이름을 남기면 다 되는 것일까 누군가의 시선으론 이름은 남았으니 꽤 괜찮은 삶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죽은 당사자들에게 그게 어떤 의미가 있긴 한 건가 반문이 드는 것처럼, 어떻게 사는 삶이 잘 사는 삶, 좋은 삶인가 하는 질문에 금방 답하기는 쉽지 않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간에 인간이 지혜로우면 얼마나 지혜로울 수 있겠으며, 완벽해지려 노력해서 얼마나 완벽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그냥 많은 생각하지 말고, 사는 대로 사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