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Chew something over
디저트는 환상의 세계에 기인한다. 현실에서 느끼는 피로감, 보고 싶지 않은 것들을 백스테이지로 철저하게 숨겨 환상의 세계를 유지하는 기법은 디즈니랜드의 자랑. 15분 내로 쓰레기가 사라지도록 청결함을 유지하고 상품 반입은 지하 터널로 하며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대규모 백스테이지를 만들어 비일상을 선물한다.
디즈니랜드에서 청소부에게 “지금 무얼 줍고 있나요”라고 물으면 “사람들이 떨어뜨린 꿈의 조각을 줍고 있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고 한다. 이것은 디저트 랜드에도 적용되는데, 쇼케이스의 완벽한 세팅과 디저트 샵의 연출은 디즈니랜드 못지않은 감정연기와 설레는 아이의 심리로 돌아가, 잠시라도 '더러븐' 현실과의 단절을 맛보게 한다.
귀여운 빵모자를 쓰고 웃음으로 맞이하는 점원은 양쪽 손을 샬랄라하며 "호리호리 호로롱 팡팡! 에버랜드에서 행복한 핼러윈 되세요. "라고 외쳐주던 놀이동산 알바님만큼 빛나 보인다.
작은 크기에 환상의 비주얼과 손끝까지 달콤해질 것 같은 맛. 0.5초의 칼로리에 대한 부담은 롤러코스터를 타기 직전의 약간의 떨림일 뿐. 먹는 중이나 놀이기구를 타는 중엔 아웃 오브 멘탈.
하얀 생크림을 뒤 짚어 쓴 딸기 쇼트케이크는 알알이 박힌 딸기의 깔끔한 단면은 화장을 했는데 아이라이너 엣지가 깔끔하게 떨어진 기분이고, 마카롱을 먹을 땐 나도 모르게 반쯤 눈이 풀린 마리 앙뚜와 네뜨 표정이 되면서, "빵이 없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하게 된다.
김이환 작가 <디저트 월드>의 토끼 가면을 쓴 남자>는 1년에 한번 꼴 지상에 내려와 디저트를 맛보곤 한다. 표현력이 디저트 마니아의 끝판왕인데, "그는 몽블랑을 한 입 떠먹었다. 크림은 차갑고 달콤했다.
그 밑의 비스킷은 부드럽고 고소했다. 달면서도 고소한 밤 맛을 잘 살린 몽블랑이다. 몽블랑 주변은 얇게 썬 생밤에 꿀을 발라 장식했는데, 그것을 몽블랑과 같이 씹자 느껴지는 아삭한 식감이 부드러운 몽블랑과 잘 어울렸다"와 같은 달콤한 멘트가 나오지만 한편, 소설 분위기는 우울하기 그지없다.
디저트를 중심으로 현실과 환상, 과거·현재·미래가 뒤섞이는 스토리의 전개는 사실 우리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찰나의 순간 찾아오는 달콤함이 너무나도 힘든 일상의 회피, 탈출구로 작용하고 디즈니랜드 갈 시간은 없지만 디저트 월드 갈 짬은 되는 현대인들의 환상의 세계 일터.
그냥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강아지 같은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