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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w Nov 24. 2015

#1 바나나 우유

CHEW 2| 순수함으로 샤워하고 싶을 때


하늘이 끄물끄물 비를 분무기처럼 내려 

마음이 뽀송뽀송해지고 싶을 때,

삶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기분이 산뜻해지고 싶을 때,

조금은 아이 같은 심정과 청순함을 보충하고 싶을 때,


바나나 우유를 먹는다.


7살까진 목욕탕에서 지난날의 검은 그림자를 벗어버리고 나오는 길

엄마가 두 손에 꼭 쥐여준 바나나 우유는

이후 나도 모르게 내 삶에 때가 탔다고 느낄 때 찾게 된다.


혹자의 광고 문구는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고 했지만,

그건 바나나 얘기고 바나나우유는 원래 노랗다.

바나나우유는 원래 노랗다 못해 머리가 반들반들 초록빛이다.


노란 옷에 초록 모자를 쓰고 다니던 칠드런 가든 유니폼과 흡사해 더 정감이 간단 말이다.


레미콘에 콘크리트를 가득 담는 시멘트 통을 닮은 라인에 빨대를 꽂을 때 나는 똑소리는,

빼꼼히 '반대편으로 여세요'나 말하던 흰, 딸기, 초코 팩들과는 다른 위엄이 느껴진다.


한때, 그와는 반대로 슬림한 라인을 뽐내던 미노스도 있지만

그의 플라스틱 뚜껑은 소풍 때 챙기기 편한 간편함이 전부, 심리적 만족감은 크지 못 했다.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라인이 주는 풍족함을 그 누가 따르겠나 말이다.


지금은 무려 천삼백 원이나 하는 고급 우유,

그는 1974년 6월에 호랑이띠로 태어나 올해로 만 41세라고 한다.



멘탈을 새롭게 가다듬고 싶을 때 바나나 우유를 먹어보시길

부드러우면서도 신선한 그 고유의 향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임

 


* 본 글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푸드에세이로

공감이 없더라도 한 개인의 사고에 의한 사실적 묘사임을 알립니다.


*개인의 다른 기억을 덧 붙이셔도 지구온난화나 제3세계 기근에 악영향이 없으니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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