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ew Nov 25. 2015

#3 카누

CHEW 2|한결같은 목 넘김이 있으니, 못 끊겠다 꾀꼬리

                                                                                                     

쏟아지는 햇빛이 감당 안 되는

새하얀 아침일수록

까맣고 그러나 악의 없이 향기로운 카누를 찾는다.


나보다 먼저 일어난 머리카락 수만큼 

이 생각 저 생각 뻗치기 시작하면 

다시 침대로 기어들어가 무위의 도를 닦고 싶어 지는데,


멈춰버린 포트의 보글보글 소리에 물이 식기 전까진 일어나야

방금 쓴 전기가 아깝지 않은 스크루지 손녀는

비몽사몽 멘탈에 한 모금을 들이붓는다.


카누 특유의 흙 향기, 조금은 무게감 있는 향에 

다시금 어젯밤 해체시킨 자신을 기억해내며 

여기저기서 주워본 씨엡흐 필름을 돌리며

그들의 여유로운 표정에 합류한 기품 있는 현대인 임을 자부한다.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허벅지살을 찌우던 시절을 지나

별의별 레시피 브랜드 커피가 전신을 위협하는 시대에 도래,

조용히 쌈마이와 스페셜티 둘 다에 무소속을 표하고

나름 책임을 다하는 카누.


정말 예쁘다고 느껴질 땐 

책을 읽을 때.


뜨거워도 식어도 같은 카누 맛을 유지하는 한 잔이

우아하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첫 장을 넘길 때나

얼마 남지 않은 책장에 서러워진 쭈그린 포즈일 때나

한결같은 목 넘김이 있으니, 못 끊겠다 꾀꼬리_                        



ⓒ카누성애자

            


                                                                                                                                 

* 본인은 공유의 팬이 아닙니다. 카누를 무료로 제공받은 적 없으며, 소비자로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최선으로 즐깁니다.


* 본 글은 개인의 경험에 근거한 푸드에세이로

공감이 없더라도 한 개인의 사고에 의한 사실적 묘사임을 알립니다.

* 개인의 다른 기억을 덧붙이셔도 지구온난화나 제3세계 기근에 악영향이 없으니 환영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치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