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이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의 합병 비율을 결국 변경했다. 기존에 발표한 합병 비율이 동원산업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결국 이를 수용한 것이다.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기준시가가 아닌 자산가치 기준으로 이사회 결의했고, 합병가액은 기준시가인 24만 8,961원이 아닌, 38만 2,140원으로 53.5% 상향 조정된다.
이는 개인주주들과 기관투자자, 그리고 한국거버넌스포럼, 언론 등 여러 곳에서 회사의 결정에 대한 총공격을 진행한 것에 대한 대기업의 항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항상 이런 식이다.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결정을 해놓고, 집중포화를 맞으면 기업 이미지 악화를 고려해 못 이기는 척하며 다시 합리적인 방법으로 재결정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회사들이 주주들을 회사의 주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대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기 때문이고, 어떻게 해야 편법으로 조금이라도 지분율을 높게 만들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이런 합병들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런 합병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회사는 장기간 회사의 매출 등을 적정(?)하게 조절했을 것이고, 오너 일가에 유리한 판도를 만들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무산됐으니 대주주는 당연히 엄청 짜증 났을 것이지만, 어쩌겠는가? 이제 세상이 이런 판도로 돌아가는 것을. 또한 회사를 낮은 가격으로 합병하게 도와준 임원들은 위법의 가능성에 놓이기 때문에 부담도 됐을 것이다. 동원산업 주주들은 기존 합병가액보다 50% 넘게 조정됐으니, 합병으로 인한 손실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첫 결정을 이렇게 하지 왜 그랬어?
애초에 첫 결정을 자산가치로 결정했다면, ESG 중 거버넌스 측면에서 동원그룹은 시장에서 좋은 점수를 맞으며 기업가치에 긍정적 결과가 됐을 확률이 높다. 문제는 사측에서 그걸 원하지 않은 것이었는데, 좌충우돌은 있었지만 다시 좋은 방향으로 돌아왔으며, 시장에서 한번 호되게 혼났으니, 이제는 다시 이런 결정을 하지 않길 바란다. 동원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이를 본받아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은 하지 않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