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윤희 Jan 06. 2022

2020년 10월 17일

요즘은 완전 가을이다. 동네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고 있고 집 앞에 단풍나무도 볕 드는 곳은 붉어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잊어버리지 않고 유리함에 넣어둔 비단이 털을 소독? 했다. 한동안 생각만 하고 자꾸 까먹고 있었다. 털 뭉치에서는 비릿하면서 구수하고 그리운 느낌이 아직도 배어 있다.  


얼마 전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 갑자기 내 블로그가 생각났다. 작년 여름 이후로 블로그는 방치되어 있는 상태다. 전에 올렸던 블로그 일상들을 쭉 훑어보니까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비단이에 관한 글들이 많으니까 힘들까 봐 들어가 볼 생각을 안 했는데 지금 보니까 즐거운 느낌이다. 행복한 느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대충이라도 블로그에 일상을 적어 놓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이는 작년 이맘때쯤 폐수종이 처음 왔었다. 그 이후로는 계속 롤러코스터를 타며 하루하루를 보낸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올해 내가 이런 시간을 보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 개인적으로는 비단이의 부제로 인한 변화에 적응해가는 힘든 시기이기도 하지만 코로나라는 것이 일으킨 세계적인 변화도 너무 컸다. 커다란 변화가 나에겐 벅차게 느껴져서 내내 고립감과 침잠하는 듯한 느낌을 떨쳐내려 애써야 했다. 이번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1단계로 낮아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어제는 지인과 전시를 보러 갔다가 산책하는 시추를 봤다. 리듬을 타며 헐렁거리는 걸음걸이와 조금 꼬질한 듯한 모습이 비단이와 정말 비슷했다. 그 개가 산책하는 뒷모습을 계속 바라보며 나도 따라가고 싶었다. 아마 혼자였으면 나도 모르게 스토킹하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개 주인은 한 손에 리드 줄을 잡고 한 손은 어린아이를 챙기고 있었다. 양팔을 내어 준 개 주인의 고단한 뒷모습이 다정해 보였다. 


2020.10.17

작가의 이전글 2020년 10월 9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