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기사님께 인사하기

_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감사합니다:)

by chewover

어릴 때에는 어른을 만나면 인사해야지 고 배운걸 잘 지켰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 본체만체 지나가는 관계들이 늘어났다.

(엄마가 어느 날, '나는 분명히 존댓말 밖에 안 가르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 아빠한테도 반말을 하더라? 무엄한 것' 그러시더라. 나쁜 건 빨리 배우는 이 무서운 습득력이란.)


아침 출근길을 버스와 함께 하다 보니 일주일에 최소 5번은 버스를 탄다. 퇴근길이나 약속 장소에 가는 길까지 생각하면 보통 7~8번은 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기사님을 만나게 되는데 생각보다 먼저 인사해 주시는 분들이 꽤 많다.


그런데 인사를 안 해 버릇하다 보니 카드 찍고 뒷좌석으로 넘어가는 시간은

목을 가다듬고,

나도 인사 해야지 맘을 먹고,

'안녕하세요'를 입밖에 내기엔 촉박하다.


오늘부터 버스 타면서 기사님께 인사드려야지. 마음먹고 탔는데도 첫날은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우산까지 접으며 타다 보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다음날엔, 카드 찍을 준비와 함께 목도 미리 가다듬고, '안녕하세요'라는 한없이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입 밖에는 잘 안 나오는 평범하고도 어려운 문구까지 미리 준비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목소리도 작았고 무엇보다 평소대로 나의 시선이 카드 찍는 기계를 향해있었다. 그래도, 나의 인사에 되돌아오는 인사말이 기분 좋았다.


내일은 아이컨텍에 도전!


세 번째 날에는 '안녕하세요'하고 먼저 인사를 건네주시는 기사님을 만났다. 자연스레 시선이 올라가 눈이 마주쳤다.

나도 '안녕하세요'

매일 버스를 타면서 기사님 얼굴은 오랜만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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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결국 하루 종일 혼자 일하시는 기사님도, 받고 싶지 않은 거래처 전화 외에는 하루 종일 말할 일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나도, 서로 좋지 않을까? 하고 시작한 일인데 날 위한 일이었나 보다.


조금은 가벼워진 아침에 마음이 들떴다.




버스기사님께 인사드린지 5일째.

약속이 있어 망원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이수역에서 삼각지까지 가기위해 탔던 4호선 기사님.

동작대교를 지날 때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더위가 가시고 있습니다. 저희 열차 현재 동작 대교를 지나고 있습니다. 양쪽으로 한강이 펼쳐져있는데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공부하느라 고생 너무 많으셨습니다. 한강 보시고 저희 열차에 기대어 잠시 쉬고 계시면 원하시는 곳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핸드폰만 보던 사람들이 어리둥절 고개를 들어 갸우뚱 거리다가 창 밖을 봤다. 그러다 눈 마주친 사람들끼리 싱긋 웃음도 나눴다.


이런 순간이 너무 좋다. 두근두근 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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