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심리학의 전반적인 이야기를 모두 조금씩 다루고 있다. 각 챕터마다 관련된 심리학적 개념을 하나씩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아보카도 심리학>을 먼저 읽고 더 궁금한 개념을 하나씩 찾아 들어가는 방식으로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나는 ‘나를 들여다보고 나를 찾는’ 워크샵 프로그램을 기획 중에 있다. 심리학에 관심은 많았지만, 전문적으로 공부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보니 챕터 중에 ‘자기 탐구’와 ‘가치 심리학’에 시선이 갔다.
어떻게 살래?
#학습된 무기력감 #심적 상실
이렇게 책에서는 내가 내 맘에 들지 않게 살고 있는 (어쩔 수 없는) ‘이유’를 심리학적 용어로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것이라며, 토닥토닥 ‘그럴 수 있어 괜찮아’하는 위로와 함께. 그렇게 안심시켜 놓고 이제 본론.
그런데 말이야. 그래도 계속 그렇게 살건 아니지?
그렇게 시작된 본론은 ‘나는 누구인가?’를 우선 알아야 한다는 말로 start. 어느 책이나 이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 이 길이 ‘정도’가 맞긴 한가보다.
책에서는 나를 찾기 위한 질문으로 처음에는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이런 질문이 실제로 더 깊고 넓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은 맞지만, 이런 고민을 전혀 안 해본 초보자에게 덜컥 이 질문만 전달할 경우,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무엇인가?.............. 아니 나보고 뭐 어쩌라고요.’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현실적인 질문으로는 ‘내 재능이 무엇인지, 나 자신의 자질과 역량은 무엇이며, 자신의 강점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발전시키려면 자신에 대해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하는지, 어떤 생각과 어떤 행동을 지속해 나가야 하는지’ 등을 묻고 있다. 하지만 솔직이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안 던져 본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 던져봤지만 답을 모른다는 게 문제인 것이다. 작가도 자기 해보지 않아서 전혀 몰랐던 분야에 재능이 있을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걸 너무 싫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가르치는데 재능이 있을 수도 있는 것처럼. 이런 경우라면 사람들 앞에 서지 않고 카메라 앞에만 서면 되는 인강을 선택한다거나, 얼굴 없이 손이나 책만 나오도록 유튜브를 찍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 건 어려워졌지만 대신 나에게 맞춤으로 직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중요한 건 아까 저 도저히 답을 모르겠던 질문들에 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 ‘넌 뭐가 되고 싶니?’ 같이 명절마다 듣고, 면접마다 들어서 질문은 익숙하지만 답은 모호한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뭘 해야 할까?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자기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기, 꼬리 질문을 통해 진짜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각’하기(돈? 명예? 사랑받는 것? 지위?), 자신의 우선 가치관 찾기,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묻기, 강점을 찾기 위한 질문 list’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중에 내가 해본 것 중에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아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작업이다.
나는 ‘5년 후의 나’를 그려본 적이 있다. 잠은 11시 반에서 6시 반까지 7시간을 맞춰서 자는 편, 주말에는 평일 아침에 먹고 갈 수프 또는 그린 스무디 재료를 준비해두고, 정시마다 핸드폰에 진동이 울리도록 해두고 3분 정도씩 스트레칭을 한다, n 잡러로 돈 들어오는 창구가 1개 이상이다 등등. 모닝 루틴까지 꼼꼼히 적었었다. 저녁에 물을 한잔 따라서 침대 옆에 두고 잠드는 것을 시작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커튼을 걷고 물을 마시며 창밖 보고 멍 때리기. 이렇게 100개가 넘었던 list를 작성한 게 5년쯤 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읽다 말고 리스트를 다시 꺼내 정리 중인데, 그때는 무슨 뜬구름 잡는 10년 계획 세우듯이 잡았던 나의 이상향과 지금의 내가 꽤 닮아있었다.
(이 리스트는 다음 글에서 공유할 예정이다. 어떤 리스트를 작성했었는지, 그 리스트 속의 인물이 지금 나와 얼마나 닮았고 또 얼마나 다른지)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볼 것을 추천하며 #개념화된 자기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스스로 부여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이나 타인을 판단하고, 대개 자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며 그 믿음과 신념에 따라 일관되게 행동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생각한 대로 내 모습이 따라간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렇게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나를 그리는 작업은, 결국 내가 당장 해야 할 todo 리스트를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다 보면 한 발자국씩 내가 원하는 내 모습에 가까워지는 거니까.
개념화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믿음이나 자신의 존재를 ‘나는 ~이다’라는 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이야기를 믿고 그에 따라 살아가기 시작한다. 개념화된 자기는 이와 같은 사회화 훈련 과정의 결과로 형성된다.
모르겠다면, 아주 아주 구체적으로 적는 것부터 시작하자
내가 했던 것처럼 내가 바라는 나의 보습을 구체적으로 적고 나면 그 목록으로부터 귀납적으로 나의 우선 가치관이 무엇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도 있다.
내가 적은 리스트를 보면 ‘건강’에 대한 항목이 많다. 신체적인 건강과 정신적 건강 모두를 포함하는 ‘에너지 레벨’에 대한 이야기. 식습관, 운동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을 길러야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가 있어야 ‘하고 싶은 일’도 생긴다고 믿는다.
그다음은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 가족, 연애, 친구, 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고 이어나갈 것인지.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유지할 것인지. 그 안에서 생긴 트러블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내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이고 싶은지. 인간관계란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적었었다.
마지막 한 가지는 ‘배움’에 대한 욕망이랄까. 이제 세상은 다 어떻게든 연결이 되어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몰라도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하는 일과 아무리 멀리 떨어져 보이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이 돌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하는 사람의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다 보면 돌고 돌아 나와도 연결되어있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게 연결되어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나는 내가 모르는 일 이야기를 듣는 걸 참 좋아하기도 하고, ‘알아야 한다’는 강박까지도 살짝 있는 편이다.
또한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도 한몫한다. 혼자 여행을 떠나보기 전에는 ‘혼자’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짓고 살았었는데, 우연히 떠났던 혼행은, 내가 ‘혼자’를 아주 좋아하고 잘 누리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줬다. 그렇게 3박 4일짜리 제주도 혼행은 한 달짜리 유럽 혼행을 낳았고, 평소에도 미술관이든, 등산이든 혼자 쏘다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 전혀 모르는 분야였지만 귀를 기울여 듣다 보면, 10년 뒤 내가 그 일을 하고 있을지 누가 알아? 하는 생각으로 마음과 귀를 열고 살고 있다.
그렇게 내가 적은 list에서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 귀납적으로 찾아낸 나의 우선 가치관은 ‘건강, 에너지 레벨’과 ‘인간관계, 정, 사랑’ 그리고 ‘배움에 대한 욕망과 새로운 것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혹시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장단점은?’ 등의 질문을 앞에 놓고 머리만 쥐어뜯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을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