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라는 무대 위, 사장님의 색을 올린 빵집
응암동에 온 이유는 <비올렛베이커리> 때문 만은 아니었다. 레몬 제스트가 콕콕 박힌 ‘레몬 마들렌’이 시그니처인 한 동네 빵집. 마들렌 하면 흔히 떠올리는 조개 모양이 아닌, 독특한 생김새가 궁금해 직접 보고 싶었다. 들뜬 마음으로 골목을 걸었는데, 있어야 할 자리에 빵집이 없다. 안경점 옆, 분명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지도를 확인해도 보이지 않는다. 지도에는 여전히 ‘영업 중’인데... 그제야 알았다. 빵집이 사라졌다는 걸.
마음을 추스르고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 소개할 <비올렛베이커리>. 대림시장 근처에 자리한 이 빵집은 이름처럼 눈부신 보라색 어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멀리서도 단번에 찾을 수 있을 만큼 또렷한 색이다. 빵집 옆에는 참기름 가게가 있고, 한 집 건너 과일 가게도 보인다. 시장 초입답게 주변은 어수선하고 활달한 분위기인데, 그 한가운데서 반짝이는 빵집의 모습이 묘하게 이 동네의 터줏대감처럼 느껴졌다. 참, 밝은 보라색은 건강과 치유의 색이기도 하다. 요양 중인 사람이 보라색을 보면 즐겁게 느낀다고 하니, 이 빵집의 색감이 괜히 더 따뜻하게 다가온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기 전부터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POP들. 현란한 색의 안내문과 글귀들이 과감한 시장 풍경과 닮아 있다. 마치 “여기를 봐, 우리가 여기 있어!” 하고 외치는 듯한 표정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진한 빵 냄새가 반긴다. 무심코 숨을 크게 들이쉰다.
“블로그 하시나 봐요? 사진을 많이 찍으시네.”
빵 포장을 하던 여 사장님이 말을 건넨다.
“아, 죄송해요. 제가 옛날 빵집들을 다니며 글을 쓰고 있어요.”
“그래요?“
“네. 그런데 여기는 지금까지 가본 빵집 중 제일 활기차요. 특히 빵 이름표마다의 색감이 너무 예뻐요.”
사장님은 괜히 이름표를 만지작거리며 웃으셨다.
“이거 다 직접 만들었어요. 프랜차이즈엔 없잖아요, 이런 거.”
꽃님반, 해님반, 풀님반. 마치 유치원 반 이름처럼, 비올렛의 빵들은 저마다 알록달록한 머리띠를 두르고 있었다. ‘빵들의 유치원’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가게 곳곳엔 꽃이 놓여 있고, 쇼케이스 속 생크림 케이크들마저 기념일을 맞아 한껏 꾸민 얼굴이다.
“찍을 게 없어서 어째요. 오후 세 시쯤 오시면 빵이 더 많아요.”
판매 공간 뒤편에서는 남 사장님이 계속 빵을 굽고 계셨다. 유독 포장되지 않은 파운드케이크가 눈에 띄었다. 갓 나온 빵 같았다. 시장 입구에 자리한 이곳의 시그니처는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건강빵이라고 한다. 쌀로 만든 파운드케이크가 대표적이다.
잠시 후 노부부 한 쌍이 들어와 자연스럽게 파운드케이크 앞에 선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 전 일하는 빵집에서 만났던 또 다른 노부부가 떠올랐다. 주에 한 번씩은 꼭 들러 롤케이크와 조각 케이크를 사 가시는데, 어느 날엔 계산을 하다가 할아버지께 말을 붙였다.
“매번 케이크만 사 가시네요.”
“예?“
“지난주에도 케이크 사가셨길래요.“
“아, 기억력이 좋으시네. 이게, 이 사람 내일 아침밥이에요.”
그들의 아침 식탁 위 케이크를 떠올리며 포장을 했던 기억.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도 빵은 ‘특별한 간식’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 일 것이다. 끼니를 대신하는 빵이 아니라, 끼니를 대하는 빵. 그런 마음을 알 것 같아 비올렛의 빵들이 괜히 더 고맙게 느껴졌다.
“여기 아저씨가 경력이 많아요.”
“26년 되셨죠?” 블로그에서 미리 정보를 탐색해 온 내가 아는 척을 하자,
“27년이요, 이제.”
아, 해가 바뀌었지.
비올렛의 또 다른 매력은 직접 제작한 빵 봉투와 스티커다. 동네 빵집에서 이런 수고를 감수하는 일은 쉽지 않다. 보통은 도매 포장지를 쓰기 마련인데, 비올렛은 그 틈에서 자기 얼굴을 고집한다. 그런 선택이 참 고맙다.
공간을 채우는 빵과 포스터, 잼과 벽시계, 건강한 빵을 알리는 다양한 문구들까지. 어느 하나 과하지도, 빠지지도 않게 고르게 놓여 있었다. 여러모로 ‘보는 즐거움’이 분명한 빵집. 생활과 장사가 자연스럽게 겹쳐 있는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비올렛베이커리]
서울 은평구 가좌로 213-1
1. 방문 날짜
2026. 1. 27
2. 방문 시간대
오전 11시경
3. 첫인상
마치 꽃집 같은 분위기.
쨍한 보라색 어닝이 처음엔 다소 과하게 느껴졌지만, 곧 이 집만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4. 역사
- 10년 이상 운영된 동네 빵집
- 부부가 함께 운영
5. 외관
- 멀리서도 단번에 보이는 강렬한 보라색 어닝
- 큼지막한 ‘비올렛베이커리’ 간판이 저돌적으로 시선을 끈다.
- 가게 전체를 감싸는 전구줄 덕분에 한층 화려한 인상
- 곳곳에 POP가 많아 사진 찍고 싶어지는 포인트가 풍부
6. 내부
- 실내는 물론 간판 주변과 외부 데크 공간까지 조명이 이어져 있음
- 전체적으로 다소 어수선하지만 활기찬 분위기
- 음악·라디오·TV 소리는 없고, 메인 홀 뒤 키친에서 남 사장님이 계속 빵을 굽고 계심 (빵 굽는 향이 진하게 퍼짐)
- 시장 골목 특유의 활기가 매장 안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 형형색색의 이름표, 큼지막한 현수막, 자체 제작 스티커 등 다양한 색 사용으로 공간이 화려하고 동적으로 느껴짐
7. 레트로적 요소
- 옛 서체로 만든 현수막과 안내문
- 시몬, 만주, 네오파트, 호박빵 등 고전적인 메뉴 구성
- 자체 제작 스티커에서 느껴지는 레트로 감성
- 시장 안에 위치한 점 자체가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함
8. 메뉴 및 진열
- 방문 연령대가 비교적 높고, 동네 단골과 어르신 비중이 큼
- 파운드케이크, 롤케이크 등 쌀·통밀로 만든 건강빵 수요가 많음
- 간식보다는 ‘든든한 끼니’로 소비되는 빵의 성격이 강함
- 햄버거, 샌드위치류도 함께 판매
- 연령층에 맞춰 천연발효종, 건강함, 갓 구운 빵을 강조
- 빵마다 귀엽게 제작된 이름표가 붙어 있어 유치원 같은 인상
- 빵 봉투와 자체 로고 스티커의 컬러감도 매력 포인트
9. 구입 항목 (총 10,000원)
- 밤만주
겉은 다소 건조하지만, 안의 백앙금이 부드럽고 맛있다.
- 누네띠네
일반 누네띠네보다 얇은 편. 적당히 달고 잘 부서진다.
- 에그타르트
비올렛의 시그니처라 해도 좋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필링은 비린 맛없이 부드럽고, 타르트지는 촉촉과 바삭의 중간쯤
- 단팥빵
팥이 달아 만족스러운 기본기.
- 초코쿠키 (서비스)
버터 향이 은은한 무난한 맛. 초코칩 씹는 재미가 있다. 얼려 먹는 것도 추천.
10. 기타
재방문 의사: YES
- 에그타르트 추천
- 비비드 한 컬러의 스티커와 빵 봉투가 기억에 남는다.
- 천연효모종과 건강함을 강조하는 만큼, 다음엔 건강빵 위주로 다시 맛보고 싶다.
11. 한 줄 정리
- 전통적인 공간 안에서 작은 개성을 선언하는 빵집
- 동네 어르신들의 하루 루틴을 책임지는 빵집
- 빵들이 모여 있는 작은 유치원 같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