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초고는 뒤돌아보지 마세요

뒤돌아보면 절대로 다 못써요!

by QQJJ

어떻게 써야할까?

어떻게 시작해야할까?

아 이 부분은 별로인데...

내가 지금 뭘 쓰고 있는거지?

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마음먹고 쓴 글이 몇 페이지를 넘어가면, 너무 별로처럼 보입니다.

기분 전환으로 다른 작품을 보면, 너무 잘 쓴것처럼 보입니다.

돌아와서 내 원고를 보면, 그렇게 초라해집니다.

이렇게 쓸 순 없겠다 싶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지망생들의 모습들이 많이 보입니다.

완벽주의는 이렇게 지망생을 갉아먹습니다.


원래 초고는 별롭니다, 소화하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음식도 소화하는 시간이 걸립니다.

세탁기도 1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택배도 하루에서 사흘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똑같이 글의 주제와 내용도 소화하는 시간이 걸립니다.

바로 작가가 그 글의 주제와 내용을 소화하는 시간이 있다는 겁니다.

기획을 아무리 기깔나게 해도! 구조를 아무리 잘 짜도 그걸 이해하고 곱씹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속에서 주제를 정제하고.

그 주제를 담아내는 인물과 사건을 만들어야 하고.

만들어낸 인물과 사건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구멍을 메우고.

그러면서 새롭게 튀어나온 소재와 아이디어를 다시 버무리고.

그렇지만 일정한 형식에 맞추기 위해서 또 정리하고.

그런 과정이 지나야 구색이 맞춰진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건 펄떡펄떡 힘차게 살아움직이는 거대한 생선과 같습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잡아놓은 줄 알았더니 다른 곳으로 도망쳐버리고.
이 생기넘치는 이야기의 생선을 잡는 비법은 결국은 일단 쓰는겁니다.


그러니, 무작정 초고를 쓰세요.

맞춤법이 틀려도 되고, 개연성이 깨져도 괜찮습니다.

수정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고, 현재의 '나'는 일단 쓰는 것에 집중합시다.


일단 초고를 쓰고 나면 벌어지는 마법같은 일

초고를 다 쓰고 나면, 참 신기한 일이 벌어집니다.

잡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잡히지 않았던 활어같은 나의 글이 안정적으로 잡힙니다.

여기저기 고쳐야할 부분이 가득하지만, 일단 처음과 끝이 보입니다.

분명 절정부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초반에는 잘 나가다가, 후반에는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린 것도 보입니다.


중요한 건, 그런 결함들이 명료하게 보인다는 점입니다.

그런 결함들을 하나하나씩 잡아가면서 고쳐나가면 됩니다.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쓰지 않으면, 쓰여지지 않은 부분이 계속해서 고민을 증폭시킵니다.

증폭되는 창작의 고민은 발목만 잡지, 앞으로 나아가게 돕지 않습니다.


뒤돌아보지 않고 초고를 쓰는 방법

1) 제한과 목표를 둡니다.

시간과 분량(페이지 수, 글자수)을 정합니다. 그 안에 무조건 해결해야하는 일로 생각하고 작성을 합니다.

2)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공유하지 마세요. 오직 작가 혼자만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씁시다.


3) 정리하지 마세요.

초고를 쓸 때는 형식, 맞춤법, 비문 등등을 고려하지 마세요. 일단 손이 가는대로 씁시다.


4) 반드시 끝을 본다는 마인드

괴발새발써도, 무조건 'The End'를 쓴다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합시다.


5) 삼천포로 빠져도 좋고, 쓰려고 했던 이야기가 빠져도 좋습니다.

기획과 달리 다른 이야기가 툭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일단 씁시다. 쓰려고 했던 이야기가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일단 씁시다. 무조건 끝에만 도달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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