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체인소 맨

by Yan

얼마 전, 휴가 나온 아들과 함께 “체인소 맨 - 레제편”을 보러 갔다. 먼저 아들이 “아빠, 이거 보러 갈래?” 하고 물었다. 사실 나도 이미 넷플릭스로 원작 애니메이션을 본 상태였다. 평일 할인이 적용되는 날을 골라, 조용한 극장에 함께 앉아 영화를 보았다.

시작은 솔직히 조금 B급 감성이 강했다. 덴지의 단순한 욕망, 어딘가 가볍게 느껴지는 일상. 하지만 레제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묘하게 깊어졌다. 비어 있는 학교를 걷는 두 사람, 서툴고도 선명한 첫사랑의 감정. 그리고 마지막엔 폭력과 절망 속에서 드러나는 비극적 사랑. 스크린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가슴을 파고들었나.’

아들은 이미 만화로 전부 봤다고 했다. 그럼에도 “극장이 더 극적으로 만들어져서 한 번 더 보고 싶다”며 웃는다. 그 말이 괜히 뿌듯했다.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아들과 또 하나의 추억이 쌓였다는 사실이 좋았다.

사실 우리는 베트남에서 이미 많은 장면을 함께 남겼다. 코로나 시절, 답답해진 일상에 견디지 못하고 몰래 아파트 근처를 걸었다가, 복귀하려는 순간 보건소 직원에게 막혀 뛰어서 돌아온 일. 비가 그친 줄 알고 산책을 나갔다가 폭우를 만나 무릎까지 물에 잠겨 귀가한 날. 집에 도착하자 아내에게 크게 혼이 났지만, 그 날의 빗물 냄새와 웃음은 오래 남아 있다. 어리숙하고도 소중한 시간들. 같이 PT를 받으며 근육을 길렀던 날들, 테니스를 같이 배우진 않았지만, 배우는 도중에 내가 강사와 치고 했던 장면들 등등.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덴지는 커피숍에서 레제를 기다린다. 단순하고도 소중한 기대를 품은 채. 그러나 레제는 오지 못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덴지를 향한 마음을 꾹 삼키며 눈물을 흘린다. 그 장면이 가슴에 남았다. 스크린을 보며 나는 아들을 한 번 더 생각했다. 함께 웃고, 함께 감탄하고, 같은 이야기 위에서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나에겐 그것이 행운이었다.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이 모든 것이 추억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늘의 영화 한 편, 비 맞던 그 산책 한 번이 더욱 소중하다.

아들과 나, 그리고 덴지와 레제.
서로의 곁을 지나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묻는다.

지금 이 순간을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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