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아내가 간장을 사오라고 한다. 가까운 매장을 들러 사려 하니 진간장, 국간장, 양조간장, 맛간장 너무 종류가 많아 무얼 사야할지 몰랐다. 한참을 아내와 통화한 후 특정 브랜드에 양조간장을 겨우 구매한 경험이 있다. 간장을 알아봐야겠다.
간장의 탄생
한반도가 아직 왕조의 이름조차 갖기 전, 사람들이 콩을 삶아 메주를 띄우고 소금에 절이기 시작한 그날부터 간장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간장은 단순히 ‘짠맛을 내는 액체’가 아니었다. 소금이 귀했던 시대, 간장은 장기 보관이 가능한 저장식 소금의 역할을 했다. 또 하나, 메주를 띄우는 동안 자연스럽게 생성된 유산균과 아미노산이 음식에 깊은 맛을 더해주는 역할도 했으니, 이는 지금 말하는 '감칠맛'의 원형이었다.
고려시대에는 간장을 담그는 솥과 항아리로 집안의 경제력과 손맛을 판단하기도 했다. 조선시대에 이르면 양반가에서 장독대는 거의 ‘가문의 자산’처럼 여겨졌다. 특히 왕실에서는 매년 11월이면 궁중장으로 쓸 메주를 따로 빚었고, 장 담그는 날은 일종의 가내 의식처럼 치러졌다. 궁중 요리사들은 간장의 짠맛과 숙성 정도에 따라 국간장, 중간장, 별간장으로 세분해 썼다.
일본 양조간장의 침투
20세기 초, 일본식 양조간장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간장의 세계는 격변을 맞는다. 누룩균(아스퍼질러스)을 활용한 일본 양조방식은 단기간에 감칠맛이 진한 간장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했고, 이것이 해방 이후 한국 간장 산업의 주류가 된다.
이후 식품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공장에서 염산으로 콩 단백질을 분해하는 산분해간장이 등장한다. 원래는 군대용, 공장식 급식용으로 개발됐지만, 이후 양조간장과 섞은 ‘진간장’이라는 이름의 혼합형 간장으로 대중화되었다. 오늘날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간장의 80% 이상이 이 ‘진간장’이다.
‘국간장’이라는 말은 사실 일제강점기 용어였다?
흥미로운 점 하나. ‘국간장’이라는 단어는 일제강점기 이후에 등장한 이름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간장을 ‘간장’이라고만 불렀고, 국물용 간장과 조림용 간장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수입된 양조간장이 일반화되자, 전통적인 간장을 구분하기 위해 사람들은 기존 간장을 ‘국 끓이는 간장’이라 하여 국간장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진간장’은 더 진하다는 뜻이 아니라, 단지 상업적 이름이다. 오히려 진짜 전통은 ‘국간장’에 담겨 있는 셈이다.
장독대는 기억의 장소
누구에게나 ‘장독대’는 하나쯤 추억에 남아 있다. 마당 끝에 줄지어 놓였던 갈색 항아리, 그 위에 뒤집어 놓은 뚜껑, 햇살과 바람이 만든 장맛.
전통 간장의 맛은 자연이 만들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기후와 시간’이 만든 맛이다. 같은 방식으로 담갔어도, 어느 해의 날씨가 어땠느냐, 어느 계절에 메주를 띄웠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예전 어머니들은 메주를 띄우는 날, 소금물을 붓는 날, 간장을 걷는 날을 음력 절기와 하늘의 기운에 맞춰 정했다.
오늘날엔 이런 풍경이 보기 힘들어졌지만, 슬로푸드나 전통 장 담그기 체험 공간에선 이 문화를 다시 이어가려는 움직임이 있다.
간장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생명체다
전통 간장은 병 속에 들어 있는 ‘소스’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살아 있는 발효액체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진해지고, 맛이 부드러워진다. 병을 따고 시간이 지날수록 맛이 변하는 이유다.
한편, 산업 간장은 맛이 변하지 않도록 고온 살균과 방부 처리를 한다. 이는 위생상 안정적이지만, 어쩌면 우리는 ‘멈춘 맛’을 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간장, 간단히 구분해보면.
간장의 종류를 용도별로 구분해 보면 아래와 같다.
휴~. 이제는 간장을 용도별로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