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의 물길에서 남방의 삼각주까지, 베트남 국토 확장의 역사
베트남의 국토는 특이하다. 한국보다 약 3배의 면적임에도, 남북 길이가 무려 1,650km에 달한다. 마치 긴 뱀이 해안선을 따라 유영하듯, 베트남은 북쪽의 홍강 삼각주에서 시작해 남쪽의 메콩강 삼각주까지 완만하게 뻗어 있다. 이 길쭉한 형태는 우연이 아니라, 천 년에 걸친 지속적인 남하(南下)의 결과물이다.
고대의 베트남: 홍강 평야에 뿌리내린 국가
기원전 3세기경부터 현재의 하노이 지역에는 “어우락국(Âu Lạc)”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후 기원전 111년, 한(漢)나라에 의해 정복된 후 베트남은 약 1,000년 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는다. 이 시기 베트남인의 주요 거주지는 홍강 유역으로, 그 외 지역은 대부분 산악 지대나 이민족의 영역이었다.
독립과 팽창의 시작: 대월국과 참파와의 충돌
939년, 응오꾸옌이 중국군을 물리치고 자주 왕국을 세운 이후, 베트남은 ‘대월국(Đại Việt)’이라는 이름 아래 본격적인 팽창을 시작했다. 특히 11세기 이후 베트남 왕조는 남쪽의 ‘참파(Champa)’와 지속적으로 충돌하며 점차 중부 해안으로 진출했다.
1471년, 레 성종은 참파의 중심지였던 비주야(오늘날의 퀴논)를 정복하며 중부 베트남을 사실상 병합한다. 이로써 베트남은 북부에서 중부까지 긴 해안선을 따라 확장된다.
응우옌 가문의 남하와 메콩 삼각주의 병합
16세기 이후, 베트남은 북부의 쩐(Trịnh)씨와 남부의 응우옌(Nguyễn)씨로 분열된다. 이 중 응우옌 가문은 참파를 넘어 크메르 제국의 영향권이던 메콩강 삼각주로 눈을 돌린다.
1698년, 오늘날의 호치민(당시 사이공) 지역에 행정 기구를 설치하고, 1757년, 크메르 영향권이던 카마우 반도까지 실질 지배력을 확장하게 된다.
이로써 베트남은 지금과 같은 남북 1,600km의 긴 해안 국토를 완성한다.
프랑스 식민지와 현대 국경의 확정
19세기 응우옌 왕조 하에 전국 통일이 이뤄졌지만, 곧이어 프랑스 식민지배가 시작되며 통킹(북부), 안남(중부), 코친차이나(남부)로 분할 통치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분단과 전쟁을 거쳐 1975년,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이 통일되며 오늘날의 영토가 확정되었다.
안남산맥이 막은 서쪽, 열려 있던 남쪽
베트남 국토의 이러한 형성은 단지 역사적 사건의 결과만은 아니다. 국토 서편에 자리한 안남산맥은 고원과 정글로 가득하여 서쪽으로의 확장을 어렵게 했다. 반면 남쪽은 해안선을 따라 삼각주가 펼쳐지고, 농업과 교역에 유리한 지형이었다.
즉, 베트남은 지리적으로 남쪽으로만 자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만들어진 긴 국토는, 베트남의 문화, 언어, 기후, 식생, 경제 구조에까지 깊이 스며들어 있다. 남북의 거리만큼이나 다채로운 지역색을 지닌 베트남은, 천 년의 역사를 품은 "길쭉한 나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