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 감소와 외국인 노동자 이야기
태국 출장을 갈 때마다 나는 한 가지 현상에 익숙해졌다. 공장 내부를 둘러보면, 태국 현지인보다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출신 노동자들이 훨씬 눈에 띄게 많다는 사실이다. 처음에는 그냥 인건비 절감을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지만, 해가 갈수록 이 현상은 단순한 비용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됐다.
태국은 지금, 조용하지만 심각한 인구 위기를 겪고 있다.
인구 감소,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태국의 출생아 수는 462,240명. 7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같은 해 사망자는 571,646명으로, 벌써 4년 연속 출생보다 사망이 많다. 총인구도 약 66백만 명에서 소폭 감소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출산율이다. 태국의 합계출산율(TFR)은 1.0. 일본(1.2)보다 낮고,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과 비슷하다. 이는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인구 구조에 큰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신호다.
정부는 ‘국가를 위한 출산(Nation-Building Births)’ 같은 캠페인을 벌이며 분위기 반전을 꾀하지만, 젊은 세대의 반응은 차갑다. 실제로 조사에 따르면, 35.8%만이 아이를 가질 의향을 보였고 나머지는 조건부이거나 아예 출산을 포기한 상태다.
공장의 현실, 외국인 노동자가 지탱하는 산업
이런 흐름 속에서 태국 제조업 현장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돌아가기 어려운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미얀마와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들은 단순 생산직뿐 아니라, 숙련이 필요한 작업에도 깊숙이 참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임시직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주요 생산라인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내가 방문하는 식품 공장, 가구 공장, 도자기 공장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관리자들은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표현한다. 현지인 노동력만으로는 생산 계획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태국 사회가 직면한 미래
문제는 단순히 노동력 부족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다문화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문화 충돌과 제도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숨은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볼 때, 태국은 두 가지 길목에 서 있다. 하나는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고령 인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외국인 노동자와 공존하며 새로운 형태의 다문화 사회를 구축하는 길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태국 경제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마치며
출장을 다닐 때마다 달라지는 풍경을 보며 나는 한 가지를 배운다.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그리고 되돌릴 수 없게 찾아온다. 태국을 보며 느끼는 것은 한국도 비슷한 처지라는 것을 깨달게 해준다.
“한국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