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식품가공산업의 현주소

- 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by Yan

동남아시아를 오랫동안 다니다 보면, 한 나라의 겉모습과 산업의 실제 체력을 분리해서 봐야 할 때가 있다. 말레이시아가 그 대표적인 예다.

할랄 식품 허브, 아세안 무역의 중심지, 전자상거래 성장률 상위권... 화려한 수식어는 많지만, 실제 식품 가공산업의 현장을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보인다.

나는 수차례 말레이시아 현지의 식품 가공업체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대다수는 규모가 매우 작고, 설비 수준이 떨어지며, 내수 중심의 사업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HACCP이나 FSSC 같은 국제 표준 인증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위생 관리도 불안한 수준인 곳도 많았다.


말레이시아 산업구조와 경제지표

겉으로 보기엔 ‘중진국’이지만, 말레이의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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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외관상으로는 ASEAN 내에서 중상위권의 경제를 유지하고 있고, 제조업 비중도 24%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제조업의 대부분은 전자 및 전기 산업에 집중되어 있으며, 식품산업의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식품가공산업의 현실: 세 가지 한계

1. 좁은 내수시장

인구 약 3,500만 명의 내수시장 규모는 태국(7,000만)이나 인도네시아(2.7억)에 비해 매우 작다. 이로 인해 대부분 식품 가공업체는 내수 기반의 소규모 생산에 머무르며,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없는 구조다.

2. 화교 중심의 영세 운영

말레이시아의 중소 식품기업은 대부분 화교계가 운영한다. 이들은 가족 중심의 폐쇄적 경영을 선호하며,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투자 유치, 외부 자본과의 협업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술 혁신이나 생산성 향상에 대한 동기가 낮다.

3. 정책은 있으나 인프라는 부족

말레이시아 정부는 ‘할랄 글로벌 허브’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가공 인프라나 기술지원 시스템은 미약하다. 정책과 현실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업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 기업이 주목해야 할 포인트

- 현장 수준을 반드시 사전 검증하라

표면적으로는 ‘할랄 인증’, ‘말레이시아산 OEM’ 등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실제 현장 품질 수준과 생산 안정성은 반드시 확인이 필요하다.

- 과대평가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은 협업 모델로 접근하라

말레이시아의 식품가공업체를 완성형 파트너로 보기보다는, 소싱-가공-포장 분업의 일부 기능으로 활용하거나, 한국 기술·설비를 도입하는 조건부 협력 모델이 현실적이다.


결론: 말레이시아는 ‘식품 가공의 허브’가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지정학적 위치, 다인종 소비시장, 영어 사용 등의 장점이 있지만, 식품 가공산업 자체는 아직 체계화되지 못한 상태다.
현장을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 산업을 ‘숨은 강자’로 포장하는 담론에는 분명한 이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할 일은 어떤 구조로 협업하거나 진출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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