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by Yan

장례식장에 들어설 때마다 마음 한 켠이 먹먹해진다.
슬픔 때문만은 아니다.
누군가를 잃어버렸다는 사실, 그리고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다는 것, 그 부재의 무게가 가슴을 눌러온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곧게 마주했다.
삶에서 그렇게 크고 깊은 허전함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그 질문이 내 삶에 자주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죽음은 삶의 거울이다

우리는 평소에 죽음을 잊고 산다.
그러나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면, 갑자기 삶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죽음은 단지 끝이 아니라, 지금 이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그 거울 앞에 서면 질문이 따라온다.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가?”
“이 삶은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인가?”

이 질문은 하루아침에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품은 삶은 분명 이전과는 다른 깊이를 갖는다.


죽음은 가치를 바꾸어 놓는다

죽음을 목도하면 많은 것이 달라 보인다.
당연했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늘 곁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유일무이한 선물처럼 다가온다.

죽음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어쩌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언제나 기적이다.”


죽음은 멈춤의 순간이다

삶은 종종 너무 빠르게 흘러간다.
계획, 일, 목표, 경쟁…
하지만 죽음 앞에 서면 우리는 멈춘다.
아무 말없이 침묵하고, 조용히 생각한다.
그 순간만큼은 삶의 표면이 아닌, 본질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기에 죽음은, 단지 슬픔의 사건이 아니라
인생을 성찰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죽음은 인간을 겸손하게 한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는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죽음은 인간을 평등하게 만들고, 동시에 겸손하게 만든다.
잘난 사람도, 힘든 사람도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이 단순한 진실이
우리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나는 매번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할 때마다
그 허전함과 함께 같은 질문을 되새긴다.

죽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 질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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